이혼 상담실에서 마주하는 감정들

로그인/가입

첫 상담 100% 지원!

이혼 상담실에서 마주하는 감정들
변호사에세이

이혼 상담실에서 마주하는 감정들 

김연주 변호사

이혼 사건 상담을 하다 보면, 나는 늘 법률가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먼저 숨을 고르게 된다.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의뢰인들의 얼굴에는 공통점이 있다.

누군가는 분노로, 누군가는 체념으로, 또 누군가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감정으로 굳어 있다.

그 표정을 마주할 때마다, 이 사건은 단순히 혼인관계의 종료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이 궤도를 바꾸는 순간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이혼 상담에서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무게감’이다.

재산분할이나 양육권, 위자료처럼 법률적으로 정리해야 할 쟁점들은 분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오랜 시간 쌓여온 상처와 후회,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자책이 함께 놓여 있다.

어떤 의뢰인은 “제가 너무 참았어요” 라고 말하고, 또 다른 의뢰인은 “그래도 한때는 정말 행복했어요” 라고 조심스럽게 웃는다.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상담실 공기를 무겁게 만들기도, 때로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기도 한다.

분노를 안고 찾아오는 의뢰인을 만날 때면 마음 한편이 긴장된다. 그 분노가 법적 판단을 흐리지 않도록 붙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분노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이해하려 애쓴다.

법률가는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고 쉽게 말할 수 있지만,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 채 제시하는 법률적 해법은 종종 공허하다. 그래서 나는 ‘이길 수 있는가’ 이전에 ‘이 선택이 이 사람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것인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가장 마음이 오래 남는 순간은, 상담 말미에 의뢰인이 조용히 이런 말을 할 때다.

“변호사님, 제가 잘못 살았던 걸까요?”

그 질문 앞에서 나는 늘 조심스러워진다. 이혼은 누가 더 잘못했는지를 단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두 사람이 더 이상 같은 방향으로 걸을 수 없게 되었음을 인정하는 과정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법률적 조언을 하면서도, 의뢰인이 스스로를 전부 부정하지 않도록 말을 고른다.


이혼 사건을 다루며 느끼는 감정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때로는 상담이 끝난 뒤에도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어떤 사건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계속 떠오른다.

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적어도 이 혼란의 시기에 누군가에게는 비교적 단단한 기준점이 되어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되, 감정을 외면하지 않는 법률가로 남고 싶다.


이혼은 끝이지만, 동시에 다시 시작되는 삶의 출발선이기도 하다.

상담실을 나서는 의뢰인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그 시작이 조금이라도 덜 아프고 덜 흔들리도록 돕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 책임감이, 이혼 사건 상담을 할 때마다 내가 느끼는 가장 크고도 조용한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김연주 변호사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