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다가 문득 거울을 보며 생각할 때가 있다.
오늘은 어떤 사건을 마주하게 될지, 법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리고 나는 어떤 태도로 서게 될지.
변호사라는 일은 매일 새로운 사건을 만나지만, 그속에서 결국 반복되는 건 예상치 못한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물론, 준비는 철저히 하지만, 정작 재판은 늘 준비대로만 흘러가지 않기에 말이다.
이게 이 일의 큰 매력이면서 두려움이기도 하다.
몇 년 전 맡았던 사건 중 하나가 아직도 선명하다.
상대방이 갑자기 새로운 증거를 내밀면서 분위기가 확 뒤집힌 날이었다.
그 순간 의뢰인의 표정에는 불안과 초조가 그대로 묻어 있었다.
나 역시 잠시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지만,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흔들리지 말자. 지금 필요한 건 침착함이다.”
“내가 흔들리면 이 의뢰인은 무너진다.”
그리고 표정을 계속 차분히 한 채, 머릿속에서 쟁점을 다시 짜기 시작했다.
미리 준비해온 전략을 그대로 고집하는 건 의미가 없었으니까.
중요한 건 변화된 상황에 맞춰 사건의 흐름을 다시 짜는 일이었기에 판사가 어디에 주목하는지, 어떤 부분에서 설득력을 잃지 않아야 하는지를 빠르게 짚었다.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고 차분히 설명을 이어가자, 재판부의 시선이 조금씩 돌아오는 게 느껴졌다.
결국, 사건은 좋은 결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지금도 나에게 강하게 남아 있는 건 ‘이겼다’는 단어나 승소의 기쁨이 아니다.
재판이 끝난 뒤, 의뢰인에게 “괜찮습니다. 다시 정리하면 됩니다.”라고 말했을 때, 긴장이 풀린 듯한 그 미묘한 표정.
나는 그때 알았다. 결과만큼이나 과정에서 보여준 자세가 신뢰를 만든다는 것을.
의뢰인이 바라는 건 단순한 승소가 아니라, 흔들리지 않고 곁을 지켜주는 태도라는 것을.
돌아보면 변호사라는 일은 결국 ‘변수와의 싸움’이다.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은 반드시 찾아온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때의 ‘태도’다.
그때 변호사가 중심을 잡아주지 않으면 모든 게 흔들린다.
의뢰인 역시 결과만큼이나 과정에서 내가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를 오래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늘 ‘균형’을 고민한다.
감정에 휘둘리면 구조를 놓치고, 지나치게 냉정하기만 하면 사람의 마음을 잃기에··· 차분함 속에서도 인간적인 연결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법정 안에서 보여주는 태도는 단순히 승소를 위한 전략이 아니라, 의뢰인과 맺는 ‘신뢰’의 다리라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크게 뿌듯했던 순간들은 반드시 승소했을 때만은 아니었다.
때로는 결과가 뜻대로 되지 않았어도 “끝까지 책임져줘서 고맙다”라고 말을 들었을 때, 그 순간이 훨씬 오래 남았다.
승패는 기록으로 남지만, 마음에 남는 건 과정에서 보여준 진심과 자세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부터는 재판 결과에만 집착하기보단 과정에 더 무게를 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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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앞으로도 좋은 결과만을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정만큼은 책임질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순간이 찾아와도 흔들리지 않으려는 마음, 그 마음이 결국 결말을 바꾼다고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아침 거울 앞에서 똑같이 다짐한다.
“흔들리지 말자. 중심을 지키자.”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솔직한 약속이고,
변호사로서 끝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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