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에세이] 흔들리지 않으려는 마음이 이끈 결말
[변호사 에세이] 흔들리지 않으려는 마음이 이끈 결말
변호사에세이

[변호사 에세이] 흔들리지 않으려는 마음이 이끈 결말 

장휘일 변호사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다가 문득 거울을 보며 생각할 때가 있다.

​

오늘은 어떤 사건을 마주하게 될지, 법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리고 나는 어떤 태도로 서게 될지.

​

​

변호사라는 일은 매일 새로운 사건을 만나지만, 그속에서 결국 반복되는 건 예상치 못한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

​

물론, 준비는 철저히 하지만, 정작 재판은 늘 준비대로만 흘러가지 않기에 말이다.

​

​

이게 이 일의 큰 매력이면서 두려움이기도 하다.

​

​


​

몇 년 전 맡았던 사건 중 하나가 아직도 선명하다.

​

​

상대방이 갑자기 새로운 증거를 내밀면서 분위기가 확 뒤집힌 날이었다.

​

​

그 순간 의뢰인의 표정에는 불안과 초조가 그대로 묻어 있었다.

​

​

나 역시 잠시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지만,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

​

“흔들리지 말자. 지금 필요한 건 침착함이다.”

​

​

“내가 흔들리면 이 의뢰인은 무너진다.”

​

​

그리고 표정을 계속 차분히 한 채, 머릿속에서 쟁점을 다시 짜기 시작했다.

​

​

미리 준비해온 전략을 그대로 고집하는 건 의미가 없었으니까.

​

​

중요한 건 변화된 상황에 맞춰 사건의 흐름을 다시 짜는 일이었기에 판사가 어디에 주목하는지, 어떤 부분에서 설득력을 잃지 않아야 하는지를 빠르게 짚었다.

​

​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고 차분히 설명을 이어가자, 재판부의 시선이 조금씩 돌아오는 게 느껴졌다.

​

​

결국, 사건은 좋은 결과로 마무리됐다.

​

​

그러나 지금도 나에게 강하게 남아 있는 건 ‘이겼다’는 단어나 승소의 기쁨이 아니다.

​

​

재판이 끝난 뒤, 의뢰인에게 “괜찮습니다. 다시 정리하면 됩니다.”라고 말했을 때, 긴장이 풀린 듯한 그 미묘한 표정.

​

​

나는 그때 알았다. 결과만큼이나 과정에서 보여준 자세가 신뢰를 만든다는 것을.

​

​

의뢰인이 바라는 건 단순한 승소가 아니라, 흔들리지 않고 곁을 지켜주는 태도라는 것을.

​

​


​

돌아보면 변호사라는 일은 결국 ‘변수와의 싸움’이다.

​

​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은 반드시 찾아온다.

​

​

그리고 중요한 건 그때의 ‘태도’다.

​

​

그때 변호사가 중심을 잡아주지 않으면 모든 게 흔들린다.

​

​

의뢰인 역시 결과만큼이나 과정에서 내가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를 오래 기억한다.

​

​

그래서 나는 늘 ‘균형’을 고민한다.

​

​

감정에 휘둘리면 구조를 놓치고, 지나치게 냉정하기만 하면 사람의 마음을 잃기에··· 차분함 속에서도 인간적인 연결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


​

​

법정 안에서 보여주는 태도는 단순히 승소를 위한 전략이 아니라, 의뢰인과 맺는 ‘신뢰’의 다리라고 생각한다.

​

​

돌이켜보면 크게 뿌듯했던 순간들은 반드시 승소했을 때만은 아니었다.

​

​

때로는 결과가 뜻대로 되지 않았어도 “끝까지 책임져줘서 고맙다”라고 말을 들었을 때, 그 순간이 훨씬 오래 남았다.

​

​

승패는 기록으로 남지만, 마음에 남는 건 과정에서 보여준 진심과 자세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부터는 재판 결과에만 집착하기보단 과정에 더 무게를 두게 됐다.

​

·

·

·

​

나는 앞으로도 좋은 결과만을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정만큼은 책임질 수 있다.

​

​

예상치 못한 순간이 찾아와도 흔들리지 않으려는 마음, 그 마음이 결국 결말을 바꾼다고 믿는다.

​

그래서 오늘도 아침 거울 앞에서 똑같이 다짐한다.

​

​

“흔들리지 말자. 중심을 지키자.”

​

​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솔직한 약속이고,

변호사로서 끝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태도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장휘일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