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사용법] 소송기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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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사용법] 소송기일 보고 

김정민 변호사

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람의 김정민(법재미) 변호사입니다.

[변호사 사용법]이라는 제목이 좀 도발적인 느낌을 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예전에 법에는 정말 전혀, 아예 관심이 없었던 이른바 쌩이과에다, 변호사와 완전히 다른 직역(엔지니어)으로 사회생활 및 조직생활을 4년 이상 했었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변호사를 바라보는 비법률가 분들의 시선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시선이 항상 좋지만은 않은 것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변호사는 본질적으로 의뢰인을 '대리(대신)'하여 '변호(辯護, 남의 이익을 위하여 변명하고 감싸서 도와줌)'하는 역할을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어떤 변호사의 능력과 인성이 아무리 출중하더라도 그 변호사 혼자 의뢰인이 원하는 바를 전부 이뤄주기는 어렵습니다. 변호사가 일을 잘 하게 하려면 의뢰인이 변호사를 잘 '사용'해야 합니다.

힘들고 복잡한 법률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그 일을 잘하는 변호사에게 소중한 돈을 주고 일을 맡기는데, 당연히 알아서 잘해줘야지 안 그래도 힘든 내가 뭔가를 또 신경써야 한다니 이게 무슨 소리야 싶으신가요?

변호사는 나의 힘들고 복잡한 법률문제를 대신 처리해주는 존재입니다. 여기에서 핵심단어는, ▶'나의' ▶'법률' 문제입니다. 변호사는 여러분보다 웬만하면 '법률'은 더 잘 알겠지만, '나의' 문제에 대해서는 당연히 '나'보다 모르는 게 정상입니다.

변호사에게 맡기는 법률문제의 주인은 '나'입니다. 성실한 변호사는 당연히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결국 그 사건으로 인한 좋은 결과도 나쁜 결과도 '나' 본인에게 귀속되기에 법률문제 해결 과정에서 '나' 본인의 역할이 적지 않음을 분명히 인지하셔야 합니다. 내가 알고 있는 내 사건의 사실관계, 사건의 구체적인 경과, 내역, 기초자료의 확보, 사건 해결방향과 사건 관계자와의 향후 관계 및 영향에 대한 생각,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결정 등은 전문가인 변호사가 옆에서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결국 의뢰인인 '나' 본인의 영역입니다.

그렇다고 하여 전문적인 법률사건의 처리와 진행에 사사건건 참견하고 변호사를 들들 볶는 게 능사가 아님은 당연하겠지요. 변호사는 '나의' 사건은 해본 적이 없겠지만 '비슷한' 사건을 다룬 경험은 많을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법률''절차'에 대한 지식도 의뢰인인 나보다 많을 수밖에 없음은 당연하겠지요. 변호사의 조언과 의견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것으로 신뢰하셔야 본인이 편하십니다. 어떠한 이유로 변호사에게 불신을 갖게 되었다면, 그 불신을 어떤 식으로든 빨리 해소하셔야 합니다. 그러려면 변호사에게 납득이 가는 설명을 다시 요구할 수도 있고, 주변에서 제2의 의견을 들어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이런 검증은 불신의 이유가 생긴 초기에 끝내셔야지, 이런 식으로 계속 의심당한다면 변호사는 잘하다가도 의욕이 꺾입니다. 여러분도 어릴 때 자, 이제 숙제를 해야지 하고 책상에 앉았는데 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얘! 숙제 안 하니!"라고 잔소리를 하면 펜과 의욕을 함께 내려놓았던 경험이 있지 않으신가요? 변호사도 사람이기에 의뢰인으로부터 계속 잔소리를 듣고 업무처리 방향에 대해 의심을 받으면 내가 어떻게 해도 신뢰받지 못하는구나 싶어 그 의뢰인의 일을 잘하기가 어렵답니다. 그 변호사에 대한 불신을 도저히 해소할 수 없다고 판단되시면 차라리 최대한 빠른 시점에 변호사를 교체하시는 것이 여러분에게 이익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의뢰인과 변호사 간의 최선의 관계는 어떤 것일까요?

저는 기본적으로 의뢰인이 너무 변호사와 법률사건의 처리에서 멀어져 있어도, 너무 가까이에서 하나하나 참견해도 좋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합니다. 이 미묘한 의뢰인 - 변호사 - 사건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의뢰인의 기술이자 변호사의 기술입니다. 훌륭한 변호사라면 의뢰인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의뢰인을 이 최적의 거리에 두고 유지하여 사건을 잘 처리해 나가겠지만, 의뢰인도 적절한 '변호사 사용법'을 통해 '나의' 사건이 좋은 결과에 가까워질 가능성을 높여야 합니다.

최근 주변에서 현재 자신이 소송대리를 맡기고 있는 변호사가 소송기일이나 조정기일에 대한 일정과 내용을 사전/사후에 잘 알려주지 않는다는 불만을 말씀하시는 분들이 몇 분 계셨습니다.

이게 참 신기하다면 신기한 것이..
전 회사에서 사내변호사를 하면서 클라이언트Client(의뢰인)의 지위도 되어 봤고, 로펌에서 어터니Attorney(소송대리인/변호사)의 역할도 많이 해봤지만, 이런 기본적인 의뢰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이나 진행보고에 신경을 써주지 않으시는 변호사님들이 생각보다 많기는 하더군요.

물론 그런 경우 저는 대부분 변호사님들에게 나름의 이유와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놀라실지도 모르겠으나, 변호사가 받는 보수의 많고 적음은 그 이유 중 중요한 부분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개인으로서 드리는 보수는 아니었지만 제가 소속된 회사가 상대적으로 간단한 사건에 0천만원 이상의 외부변호사 보수를 드리는 소송에서도 정말 놀라울 정도로 의뢰인에게 불성실한 소송대리인 변호사님들이 계셨습니다. 소송기일이 잡혀도 일정을 미리 전달해주지 않거나, 심지어 재판상 진행과 관련한 판사의 지시사항을 제때에 전달해주지 않아서 증거절차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지요. 여기에 밝힐 수는 없으나 소송진행과정에서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생긴 일도 있었습니다. 전 당연히 당시 회사의 소송을 관리하는 법무실 직원(사내변호사)으로서 그 변호사님에게 강력히 항의했으나 말로는 미안하다고 하시면서도 전혀 바뀌시질 않더군요. 회사의 입장도 있고 해서 고통받으며 제가 직접 서면을 다 쓰고 직접 대리하다시피 하며 사건을 마무리했지만 정말 제 사내변호사 생활에서도 전무후무한 치떨리는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다행히도, 이렇게 심각한 수준의 불성실함을 보여주시는 변호사님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또 생각보다는(아예 없어야 정상이건만...) 이런 분들이 아직 계신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일단 제가 겪었던 것처럼 '원래 불성실한' 변호사를 만나는 것은 정말 적은 확률인데다 운의 문제일 수 있으니 일단 경우의 수에서 제외하고(정말로 이런 변호사를 만나셨다면 당연히 빨리 해임 후 교체하셔야 합니다), 만약 변호사가 기일 일정이나 사건의 진행과 관련하여 제때 잘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으셨다면, 불만인 점을 솔직히 얘기하시고 앞으로는 알려달라고 당당히 요구하시기 바랍니다. 이런 경우 회사의뢰인이 아닌 개인의뢰인이라면 최대한 사건 관련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하려는 변호사님의 천사같은 ^^; 의도가 있을 수도 있으니 원하는 바를 터놓고 얘기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위에서도 설명했듯이 변호사가 맡은 사건은 변호사의 사건이 아니라 의뢰인의 사건입니다. 따라서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의뢰인의 사건의 진행에 대해 의뢰인에게 적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저와 의견이 다른 변호사님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전 이런 의뢰인에 대한 보고 및 커뮤니케이션은 변호사의 법률서비스의 기본에 속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변호사의 시간은 제한되어 있으므로, 더 중요한 사건처리와 서면작성에 집중해야 할 시간을 의뢰인에 대한 보고나 커뮤니케이션에만 쓸 수는 없습니다. 변호사가 의뢰인의 사건의 향방을 결정할 판사님이나 처분청에서 봐야 할 서면을 쓸 시간을 뭉텅 잘라 의뢰인 당장 보시기 흐뭇하라고 의뢰인 보고서 제조에 한땀한땀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면 의뢰인 본인에게도 좋지 않겠지요.

그러므로 변호사의 소송/사건 진행보고는 짧고 간단하게, 그러나 적시에(중요도에 따라서, 즉시나 바로 그날은 아니더라도 너무 늦어지지는 않게)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방법은 문자, 메일, 때로는 간단한 전화로도 대체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 보고에는 다음 일정이나 절차진행에 대한 정보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아래는 이러한 변호사의 소송 보고로 쓸 수 있는 예시입니다. (제가 쓰는 보고 양식은 이와 약간은 다르지만 제 샘플에는 비밀로 해야 할 다른 사건의 내용이 들어가 있어서 참고가 되시라고 새로 써봅니다)

    ____ 사건 세번째 변론기일의 진행사항입니다.
    오늘(9. 10.) 변론기일에서는 양측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재판부는 ___ 증거와 ___ 서면의 ___ 내용에 대해 양측에 질문하였고, 상대방은 쟁점상 중요하지 않다는 취지로 변론하였으나 우리측은 동종 관련소송에서의 판결문 xxxx다xxx 등을 추가 자료로 제출하며 근거를 보강하였습니다.
    오늘 재판부는 변론을 종결하고자 했으나 상대방이 기일을 한 회 더 허락해줄 것을 요청하여 다음 기일이 잡혔습니다(속행). 다음 변론기일에서 유의미한 추가 증거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습니다.
   다음 기일은 변론기일로 하여, ____.9. 30. 오전 00:00 서울중앙법원 ____호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소송이나 법률사건은 잘 진행되고 있으신가요?


변호사를 잘 사용하셔서 진행상황을 잘 이해하시고, '나의' 사건에 후회를 남기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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