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둘레길 성폭행' 피해자가 사망함에 따라 기존 강간상해에서 '강간살인'으로 죄명이 변경된 피의자 최모(30·남)의 살인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 경찰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살해할 의도를 갖고 성폭행했을 때 적용되는 강간살인은 법적으로 사형 또는 무기징역만 가능해 사형만 규정된 여적죄를 제외하면 현행법에서 가장 무겁게 처벌하는 중범죄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나온 사실만으로도 강간살인 혐의는 충분히 적용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강간치사 대신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강간치사와 강간살인은 '살해할 의도'의 유무에 따라 갈린다. 성폭행 및 살해의 의도가 있으면 강간살인, 살해 의도가 없으면 강간치사인데 형량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강간치사는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규정돼 있지만 강간살인은 무기징역과 사형만 가능하다. 최씨는 살해 고의성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 최씨는 앞서 19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살해 의도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없었다"고 답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피고인이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할 경우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종류·용법,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 발생 가능성 정도를 따져 종합적으로 고의성을 판단한다. 이호석 법무법인 태하 변호사는 "경찰은 상해를 입히는 방식에서 피의자가 어느 정도 피해자의 사망을 예견하면서도 상해를 가한 것인지 중점적으로 입증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최씨의 살인 계획성 입증을 위해 최씨 휴대전화 통신사,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압수수색해 통화기록과 정신질환 병력 등을 살펴보고 있다. 또 최씨가 범행도구로 사용한 너클을 지난 4월 성폭행 목적으로 구매했으며 범행 장소는 집과 가깝고 운동을 위해 자주 방문해 CCTV가 없는 것을 알았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했다. 이 밖에 경찰은 최씨가 오전 9시55분께 금천구 독산동 주거지에서 출발해 오전 11시1분께 범행 장소 인근에 도착한 후 1시간도 안 돼 범행을 저지른 사실도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확인된 사실만으로도 살인 고의성 입증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피해자를 억압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의식불명의 상태에 이를 때까지 공격을 했는데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하기 어렵고, 오히려 확정적 고의까지 넉넉하게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며 "최씨의 공격이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있다고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은의 이은의법률사무소 변호사도 "이 사건은 전형적인 강간살인 사건"이라며 "너클을 끼고 남성이 피해 여성을 공격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간 과정에서 피해자의 생명을 고려하지 않고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강간살인 혐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23일 신상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최씨의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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