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고 싶다" 뒤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
"이기고 싶다" 뒤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
변호사에세이

"이기고 싶다" 뒤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 

장휘일 변호사

“변호사님, 저는 꼭 이기고 싶습니다.”

​

·

·

·

​

​

상담하다 보면 의뢰인들이 먼저 꺼내는 말 중 하나이다.

​

​

대다수는 재판한다고 하면 ‘결과’를 먼저 떠올리고, 판결문에 ‘승소’라는 글자가 찍혀야 억울함이 풀린다고 믿는다.

​

​

그날도 비슷했다.

​

​

단호하게 말하는 표정 속에 긴장감이 묻어났고, 나도 처음엔 ‘아, 이번에도 승소 전략을 세밀하게 짜야겠구나’라고 생각했다.

​

​

그런데 얘기를 오래 듣다 보니까 조금 달랐다.

​

​

그 의뢰인은 계속해서 억울하다는 말을 반복했는데, 그 억울함은 단순히 금전적인 손해나 법적 불이익 때문만은 아니었다.

​

​

주변 사람들에게 퍼진 잘못된 소문, 무너져버린 명예, 그리고 이로부터 스스로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 같은 것들이 더 큰 무게를 차지하고 있었다.

​

​

결국, 그가 말한 “이기고 싶다”는 말은 단순히 승소가 아니라, 자기 이름을 다시 지켜내고 싶다는 의미였던 것.

​

​

그 순간 나도 전략의 방향을 바꿔야겠다고 느껴, 재판에서 이길 수 있냐 없냐를 넘어 이 사건이 법정에 어떤 의미로 남을지를 고민했다.

​

​

판사님이 사건을 바라볼 때 단순한 분쟁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과 명예가 걸린 문제라는 걸 알게 하고 싶었다.

​

​


​

물론 쉽지는 않았다.

​

​

많지 않은 증거, 상대방의 노련한 대응 때문에.

​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부분 하나하나를 짚어내며, 판사님에게 이 사건이 단순한 분쟁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이름을 지키는 문제’​라는 점을 설득해 나갔다.

​

​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

​

‘일부 승소’

​

​

판결문에 찍힌 단어만 보면, 솔직히 매우 만족스러운 건 아니었다.

​

​

그런데 선고가 끝나고 의뢰인이 내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

​

“제 억울함을 대신 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

그 말을 듣는데 이상하게도 이겼을 때 그 이상의 보람이 느껴졌다.

​


​

그날 이후로 나는 변호사가 하는 일이 결국 뭘까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

​

물론 이기는 게 중요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판결문에는 언제나 ‘승소’나 ‘패소’라는 단어만 남으니까.

​

​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의뢰인이 어떤 마음으로 버텨왔는지, 얼마나 답답했는지는 적히지 않는다.

​

그래서 변호사는 그 빈칸을 채워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

법이라는 구조가 사람의 감정을 다 담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변호사는 그 감정을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고.

​

​

누군가 “이기고 싶다”고 말할 때, 그 말의 이면에 숨어 있는 진짜 바람을 찾아내고, 그걸 지켜내는 것. 그게 내가 변호사로서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이다.

​

​

그래서 나는 늘 상담할 때 묻는다.

​

​

“이 사건에서 정말 원하시는 게 뭘까요? 단순히 승소일까요, 아니면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으신가요?”

​

​

어떤 사람은 경제적 손실을 메우는 게 전부라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단순히 사과 한마디면 충분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

​

또 어떤 사람은 그때 그 의뢰인처럼 무너진 명예를 되찾고 싶다고 말하고···

​

​

답은 다 다르지만, 결국 중요한 건 변호사인 내가 그 진짜 목적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

​

그리고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

​

“이번 사건에서 내가 지켜야 할

진짜 승리는 무엇일까?”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장휘일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