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저작권: 창작 주체의 재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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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저작권: 창작 주체의 재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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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저작권: 창작 주체의 재정의 

정석원 변호사

디지털 플랫폼의 고도화와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의 확산은 현대 사회의 ‘창작’ 개념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과거 저작권 분쟁은 복제·전송·2차적 저작물 작성 등 명확한 행위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작 과정에 직접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저작권의 귀속 주체와 침해 판단 기준 등 핵심 법리가 새롭게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현재 법원과 행정당국이 마주한 본질적 쟁점은 명확하다. “AI가 생성에 관여한 창작물에 대하여 저작권 보호를 부여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이다.

1. 창작 주체로서의 인간 한계와 확장

현행 한국 저작권법은 저작권의 주체를 ‘인간’으로 한정한다. 이는 저작권이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이 창의적으로 표현된 결과물에 부여되는 권리라는 입법 취지에 기초한다. 따라서 AI가 스스로 생성한 이미지, 음원, 대본 등은 독립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되기 어렵다.

그러나 AI가 창작 보조 도구로 활용된 경우, 인간의 창작적 개입 정도가 저작권 인정의 핵심 판단 기준이 된다. 단순히 “그림 하나 그려줘”, “이 소설을 완성해줘”와 같은 포괄적 명령만 제공한 경우, 인간의 창작성이 인정되기 어렵다. 반면, 프롬프트를 세밀하게 설계하거나, 반복적 수정·편집을 통해 의도를 반영하고, 비AI 요소와 결합하여 창작적 결과물을 도출한 경우라면, 그 인간적 기여 부분은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방향은 미국 저작권청(USCO)의 기준과도 궤를 같이한다. USCO는 “AI가 개입한 창작물 중 인간이 창작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부분에 한하여 저작권 등록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우리 법제 역시 유사한 해석을 통해 점진적 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2. 저작물 모방과 사용자 책임의 귀속

AI를 활용한 타인의 저작물 모방 및 변형 문제는 더욱 복잡한 법적 쟁점을 형성한다. 최근의 ‘AI 웹툰 표절’, ‘AI 기자의 무단 기사 작성’, ‘유명 뮤지션 음색을 모사한 AI 보컬’ 사례 등은 모두 동일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생성형 AI의 학습 과정에서 방대한 저작물이 활용되기 때문에, 출력물이 특정 작가의 화풍이나 음악적 스타일을 과도하게 재현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이용자가 프롬프트 단계에서 특정 저작자를 명시하거나, 모방 의도를 강화하는 지시를 입력한 경우에는 침해 책임의 주체가 AI가 아닌 인간 사용자로 귀속된다는 점이 확립되어 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법원이 AI 작곡 프로그램 사용 사례에서 “이용자가 기존 저작물의 특징적 요소를 의식적으로 재현하도록 유도했다면, 침해의 실질적 주체는 인간이다”라고 판단한 판결은 이 원칙을 명확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즉, 인공지능은 행위의 매개체일 뿐, 법적 책임의 최종 귀착점은 언제나 인간에 있다.

3. 학습 데이터의 적법성 문제

또 다른 핵심 쟁점은 AI 학습 데이터의 수집·활용과 관련된 저작권 침해 문제이다. 인공지능 기업이 저작자의 동의 없이 저작물을 무단 수집·학습시키는 경우, 복제권·전송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2019년 저작권지침을 개정하여 ‘텍스트 및 데이터 마이닝(Text and Data Mining)’에 일정한 예외를 인정하되, 상업적 목적의 AI 개발에는 저작권자의 명시적 거부권(opt-out) 행사를 허용하고 있다. 우리 법제 역시 이와 유사한 접근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으며, 향후 입법 과정에서 기술 발전과 권리 보호의 균형을 정교하게 설정하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다.

4. 향후 법제 방향 – 창작 주체성과 규범 재구성

AI 시대의 저작권 논의는 결국 ‘창작의 주체성과 책임 귀속’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귀결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작 능력을 보조하는 수준에 머무를 경우, 기존 저작권 체계의 보완적 조정으로 충분하나, 인간의 개입이 최소화된 자동생성 콘텐츠(autonomous works) 가 시장의 주요한 생산 주체로 자리잡는다면, 저작권법의 근간 자체를 재정립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기본 원칙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1. 인공지능은 창작의 ‘도구’일 뿐, 창작 주체는 인간이다.

  2. AI 출력물의 저작권 침해 책임은 최종 사용자에게 귀속될 수 있다.

  3. 학습 데이터의 수집·활용 과정에서는 투명성과 적법성이 필수적이다.

생성형 AI의 진화 속도는 법제도의 적응 속도를 이미 앞질렀다. 따라서 법률가는 단순히 조문 해석에 머무르지 않고, 기술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이해하며, 창작자의 권리 보호와 산업의 혁신 간 균형점을 모색해야 한다.

5. 맺으며

저작권법의 본질은 창작자의 권익을 보호함과 동시에 사회의 문화적 발전을 촉진하는 데 있다.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시대의 문턱에서, 법제의 역할은 더 이상 기존 개념의 연장이 아니라 창작의 주체성에 대한 재정의를 요구받고 있다. 법률가의 사명은 기술과 창작, 규범이 교차하는 경계 영역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고, 예측가능한 법적 안전망을 구축함으로써 문화산업과 창작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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