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분식회계' 소송…국민연금 나설까
[the L리포트] 분식회계 개시시점 쟁점…"법원판단 따라 이해관계자·소송가액 급증 가능성"
황국상 기자, 한정수 기자 | 입력 : 2016.05.31 07:55
|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별관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관련 기자간담회 전경 / 사진=이동훈기자 |
5조5000억원에 달하는 수년치 손실을 일거에 반영해 시장의 충격을 초래한 대우조선해양 (4,455원 165 3.9%)의 분식회계 시점을 둘러싼 논란이 법적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해 2분기가 돼서야 손실을 인식해 이를 반영했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인 투자자들은 회사 측이 제시하는 시점보다 짧게는 1년 6개월, 길게는 2년 6개월 앞선 시점부터 회계분식이 자행됐다고 주장한다.
분식회계 시점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대우조선해양 관련소송에 참가할 수 있는 이해관계자의 범위가 대폭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을 피고로 서울중앙지법에 제기된 손해배상소송은 총 6건으로 그 규모는 약 249억여원이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의 수는 아직까지는 320여명으로 대다수가 소액주주들이다.
법조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 분식시점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따라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나 해당기간에 대우조선해양에 자금을 공급한 민간은행에까지도 분식 건을 문제삼을 여지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송가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분식회계 개시기간 주장 제각각, 2012년? 2013년?
30일 서울중앙지법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개인투자자 A씨가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제기한 9억3000여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과 관련한 변론기일이 열렸다. A씨는 2013년 12월부터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매수해 보유하고 있는 주주다. A씨의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씨엠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가 최소 2012년 사업보고서부터 진행됐다고 판단, 이번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씨엠 측이 문제로 삼고 있는 시점(2013년 3월말 이후)은 대우조선해양 외부감사인이었던 딜로이트 안진이 회계오류 사실을 고백한 2013~14년 사업보고서(각각 2014년 3월말, 2015년 3월말 이후) 시점에 비해 1~2년 앞선다. 대우조선해양 측이 손실인식 시점이라고 줄곧 주장하고 있는 2015년 2분기 결산시점(2015년 7월말)에 비해서는 2년 반 가량 더 이르다. 씨엠과 별도로 주주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한누리, 정진 등이 제기하고 있는 시점(각각 2013년 사업보고서, 2013년 3분기 보고서)보다도 더 빠르다.
씨엠 측은 "2012년 6월부터 해외 플랜트 프로젝트 설계변경에 따른 추가비용을 총 예정원가에 반영해 공사진행률을 산정했어야 하나 (대우조선해양이) 이를 2015년 1분기까지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미청구공사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전혀 설정하지 않았고 매출채권 중 회수보류채권에 대해서도 턱없이 낮은 대손충당금을 설정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분·반기보고서상 재무정보를 거짓기재했다"고 주장했다. 씨엠 측은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한국회계기준원에 의뢰해달라는 내용의 사실조회신청서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회계기준 위반주장, 법원이 받아들일지가 관건"
최초 계약단계에서부터 제품인도에 이르기까지 길게는 수년이 소요되는 수주산업의 회계투명성에 대한 논란은 이미 한국 자본시장에서 오래된 이슈다. 2013년 GS건설 (28,900원 50 0.2%)의 어닝쇼크를 시작으로 건설주들이 줄이어 빅배스(대규모 손실반영)에 의한 큰 폭의 손실을 신고한 바 있다. 2014년에는 현대중공업(109,000원 4000 3.8%), 삼성중공업 (9,630원 760 8.6%) 등 조선주의 어닝쇼크가 발생했고 지난해에는 대우조선해양이 논란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일반 제조업의 경우 제조자가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시점에 비용과 수익을 동시에 인식한다. 반면 건설업이나 조선업과 같은 수주산업의 경우 계약시점에서 제품인도까지의 기간 동안 회계기준에 따라 비용과 수익을 나눠서 동시에 인식하도록 하는 게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4년짜리 프로젝트의 수주금액이 150원이고 해당기간 총 비용이 100원이라고 예상할 때 회계기준은 해당기업의 이익은 50원(150원-100원)이지만 매출과 비용, 이익은 해당 4년에 걸쳐 반영토록 규정하고 있다. 전체 매출과 비용을 각 연도별로 얼마나 반영할지는 '공사진행률'에 따라 달렸다. 계약체결 시점에 예상한 총 비용(100원) 중 첫 해 제품제작 비용이 20원(20%) 소요됐다면 그 연도의 매출을 30원(150원 X 30%)으로 인식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계약기간 동안 다양한 변수로 인해 비용이 상승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배(매출)보다 배꼽(비용)이 더 커져버려 제품을 팔아도 손실만 보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위의 사례에서 4년 계약기간에 걸친 총 비용이 실제로 200원에 달할 경우 회사가 이를 제대로 해당년도별로 배분하지 않으면 비용의 과소추정, 이익의 과대추정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해당기간 얼마나 충실하게 해당정보가 재무제표에 반영됐는지 여부다. 비용, 수익과 이익이 장기간에 걸쳐 나눠서 인식되는 반면 재무제표는 분·반기 및 1년 단위로 작성된다. 이 때문에 해당정보가 투명하고 충실하게 반영되지 않은 재무제표는 신뢰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국내 회계기준은 △당초 예상했던 비용·이익 추정을 크게 변경해야 할 사정이 생겼을 경우 비용을 일시에 인식토록 하고 △매출채권, 미청구공사 등 당기에 정산되지 않은 금액에 대해 손실가능성에 따라 일정이상 대손충당금을 쌓도록 하는 등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뒤늦게서야 대우조선해양의 감사인이었던 딜로이트안진이 지난해 반영된 총 5조5000억원의 손실 중 2조원 정도가 2013~14년 사업연도에 반영돼야 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A씨와 씨엠 측이 이보다 1년 이상 앞선 연도부터 분식이 진행됐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뭘까.
씨엠 측이 주목한 부분은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상반기 결산당시 손실 3조750억원 중 2조5000억원 정도가 과거 반영하지 않았던 손실을 일거에 반영한 부분이라는 점 △이 중 1조원은 2011~12년에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송가리그(Songa Rig) 프로젝트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이었다.
씨엠 측은 또 송가리그 프로젝트의 발주자가 이미 "설계변경에 따른 모든 책임이 대우조선해양에 있고 원가상승분도 (책임에) 포함된다"는 점을 2012년 6월경에 통보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이 기존 비용·수익인식 추정과 달리 비용을 일시에 반영하는 등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았다는 게 원고 측의 주장이다.
씨엠 측은 대우조선해양이 △당초 총공사예정원가를 과도하게 적게 추정하거나 △실제 발생한 비용을 과대반영해 진행률을 높였거나 △계약금액을 실제보다 높이는 방법 등을 동원해 2012~14년 기간 동안의 수익과 이익을 부풀렸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이미 2014년에 각각 7조4061억원, 1조2429억원 등 9조원에 육박하는 미청구공사, 회수보류채권에 대해 대우조선해양이 전혀 대손충당금을 계상하지 않거나 과소계상하는 등 방식으로 2012~14년간 이익이 부풀려졌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국민연금, 민간은행·운용사까지도 소송참여할수도"
만약 법원이 A씨와 씨엠 측의 주장을 인용할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분식범위는 최소 2012년 사업보고서 제출시점인 2013년 3월말까지로 거슬러올라가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자격이 있는 이들도 2013년 4월 이후 주식을 샀다가 손실을 본 이들에게까지 확대된다.
씨엠 측의 주장대로 2012년 사업보고서부터 문제가 된다고 가정할 경우 당장 국민연금부터 문제가 될 수 있다. 국민연금은 2012년 사업보고서 제출시점보다 앞선 2013년 2월에 6.0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이후 같은 해 5월, 8월, 12월에 걸쳐 추가로 지분을 사들여 한 때 지분율이 9.11%에 달했다. 2012년 4월 이후 국민연금이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사들일 때의 주가는 최저 2만4200원대에서 3만5500원까지 넘나들던 때였다.
국민연금은 2014년 9월과 2015년 3월, 6월에 걸쳐 지분을 대거 매각해 지분율이 5%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공시했다. 해당기간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최저 1만3050원에서 최고 2만4550원선에서 움직였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대우조선해양 투자로 입은 손실이 2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민간운용사인 템플턴자산운용도 대우조선해양이 3조원대의 반기 영업손실을 발표한 2015년 7월29일보다 불과 2일 앞선 7월27일에 5% 보유공시를 냈다. 템플턴운용은 지난해 10월까지 지분을 6.15%까지 지분을 늘렸다. 올해 1월 중순 기준 템플턴운용의 보유지분은 4.31%로 낮아진 상태이나 이는 지분을 팔았기 때문이 아니라 지난해 말부터 올 1월까지 진행된 대우조선해양의 유상증자로 지분이 희석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법원이 안진 측의 고백과 달리 회계분식이 더 오랜 시점부터 진행됐다고 판단할 경우 주식투자자 뿐 아니라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제표를 믿고 여신을 집행한 민간은행들도 문제제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관건은 법원이 A씨 측의 주장과 향후에 나올 한국회계기준원의 판단에 얼마나 비중을 둘 지에 달렸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사실조회나 감정결과는 하나의 증거자료로서 법원의 판단에 당연히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법원이 다른 사정을 종합해 판단하는 것이지 감정결과 등이 절대적 판단기준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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