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률 가이드 ]
대출사기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피고인이 된 이유
대출을 받기 위해 체크카드를 보냈다가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경우, 이를 처벌할 수 있는가?
"대출해 줄 테니 카드를 보내라"
피고인은 2022년경 'B 과장'이라는 사람으로부터 대출 안내 문자를 받았습니다.
상대방은 "대출 한도를 확인해야 하니 체크카드를 보내주면, 테스트 입출금 후 다시 돌려주겠다"고 속였습니다.
피고인은 이 말을 믿고 퀵서비스로 카드를 보내고 비밀번호까지 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수법이었고, 피고인의 계좌는 범죄 자금을 세탁하는 통로로 이용되었습니다.
대가성 있는 대여인가?
전자금융거래법은 체크카드 같은 '접근매체'를 빌려주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대가성: 무언가(경제적 이익)를 바라고 빌려주었는가?
고의성: 내 카드가 다른 사람에 의해 마음대로 사용될 것을 알고도 용인했는가?
법원의 판단은?
사기 피해자일 뿐, 범죄 의도는 없었다.
1심과 2심 법원 모두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출을 위한 수단이었을 뿐: 피고인은 카드를 빌려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것이 아니라, 대출을 받기 위해 '필요한 절차'라고 믿고 카드를 보낸 것입니다. 즉, 카드를 빌려주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반환 의사가 확인됨: 피고인은 상대방으로부터 "확인 후 바로 돌려주겠다"는 말을 들었고, 실제로 계좌가 정지되자 상대방에게 카드를 돌려달라고 여러 번 독촉했습니다. 이는 카드를 영구적으로 넘길 의사가 없었음을 보여줍니다.
속아서 준 것은 '대여'가 아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대출을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카드를 넘긴 것은 상대방에게 마음대로 카드를 쓸 권한을 준 것이 아니므로, 전자금융거래법상 '대여'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이 나중에 보이스피싱 주의 기사를 읽고도 지인의 계좌까지 알려주려 했으니 범죄인 줄 알았던 것 아니냐"며 항소합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기사를 읽고 의심을 하긴 했지만, 상대방이 가짜 신분증까지 보여주며 안심시키자 사과까지 한 점" 등을 보아, 피고인이 끝까지 대출 절차로 믿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검사의 항소는 기각됩니다.
대출 사기에 속아서 카드를 넘겨준 사람을 무조건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입니다.
단순히 카드를 건네준 행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왜 줬는지', '돌려받으려 했는지', '상대방의 거짓말이 얼마나 구체적이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범죄의 고의가 없었음을 인정받은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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