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보고 싶은 일본 애니메이션이 하나 있는데,
이 작품은 한국에서는 만화 애니 양 쪽 모두 정식 발매된 적이 없지만,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독일에서 합법적으로 심의를 받고 연령 등급이 붙어서, 만화책은 아마존 같은 대형서점에서 일반적인 성인 만화로서 팔리고 있고, 애니는 대만, 인도,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벨기에, 오스트리아의 주류 OTT에서도 서비스 중인 작품입니다.
내용은 수줍은 고등학생 남학생의 집에 어느 날 정교한 안드로이드 미소녀 로봇이 동거하게 되는데, 그 미소녀 로봇이 맨날 섹스를 하자고 보채서 남학생은 싫다고 거절하느라 진땀을 빼는 에로 코미디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그 미소녀 로봇은 남학생이 다니는 고등학교의 (인간으로 위장한)반 친구라는 설정입니다.
검색해 보니 성기의 노출이나 성행위의 묘사는 전혀 없지만, 소녀 로봇의 성기를 제외한 나체의 빈번한 노출이나, 두 주인공이 함께 목욕하는 등의 묘사는 나온다고 합니다.
음란물의 요건을 적용하면 음란물이라고 하기는 힘드나, 국내 아청법상으론 아청법에 걸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미국, 캐나다, 독일 같은 서방 국가들에서조차 음란물이 아닌, 청불 에로 만화 및 애니메이션으로서 정식으로 심의까지 받고, 그냥 일반적인 대형 온라인 서점이나 OTT에서 제공되고 있는 작품입니다.
심지어 전에 말씀드렸듯, 이미 이것보다도 고등학생 캐릭터들의 성묘사가 훨씬 노골적이고 수위가 높은 애니메이션도 영등위의 심의를 받고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개인적으로 구해다가 보면 아청법에 걸리나요? 만약 그렇다면, 미국•캐나다•독일, 인도, 이탈리아, 프랑스, 벨기에, 오스트리아는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 합법적으로 일반적인 서점과 OTT에서 정식 심의를 받고 제공되는 셈인가요?
해외에서 어떤 등급을 받고 합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는지와, 그 영상물이나 만화가 대한민국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법적으로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한국에서는 ‘어디에서 어떻게 팔리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표현물의 내용이 국내 법률이 정한 금지 요건에 해당하는지가 기준이 됩니다. 미국·캐나다·독일·EU 국가의 심의제도는 주로 음란성·유해성·연령등급을 판단하는 행정적 분류일 뿐이고, 한국의 아청법은 아동·청소년 또는 그로 인식될 수 있는 캐릭터를 성적 대상으로 묘사·표현하는지 자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별도의 규범입니다.
아청법은 실존 아동이 아니라도,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히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그와 유사한 표현물”이 성적 행위·성적 부위·성적 대상화의 형태로 묘사되면 아동청소년성착취물로 봅니다. 그래서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처럼 등장인물이 고등학생으로 설정되어 있고, 그 신체가 성적으로 대상화되어 노출·성적 상황·성적 긴장으로 소비되도록 표현된 경우, 실제 성기 노출이나 성행위 묘사가 없더라도 국내에서는 위반으로 평가될 위험이 큽니다. 이 기준은 해외 심의나 해외 합법 유통과 무관하게 한국 법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질문하신 작품이 해외에서 “청불 에로 코미디”로 유통되고 있고, 아마존이나 유럽 OTT에서 서비스된다는 사정만으로 국내에서도 합법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그 작품이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되는 캐릭터를 성적 맥락에서 노출·대상화하고 있는지 여부가 핵심이고, 여기에 해당하면 소지·시청·다운로드만으로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이 이를 허용한다고 해서, 그 국가들이 ‘아동성착취물을 합법화했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각국은 아동성착취물의 정의와 규제 범위가 다르며, 한국은 그 범위를 매우 넓게 잡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일 뿐입니다.
김상윤 변호사
연세대 법학 졸업, 10년 경력의 송무 전문변호사. 치밀한 법리 분석과 집요한 소송 전략으로, 의뢰인의 입장에서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복잡한 분쟁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끝까지 책임지고 해결해드리겠습니다. 법률사무소 정중동, 수원지방법원 인근(신분당선 상현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