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게 준강간으로 고소를 당했습니다.
세상물정에 어두워서 수사단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고소인이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한 것이므로 나의 억울함이 쉽게 밝혀질 줄 알았습니다.
수사기관이 알아줄 줄 알았습니다.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고 어영부영 지나갔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준강간 혐의로 기소가 되었고 공판절차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피고인은 당연히 무죄 주장을 하고 싶을 것입니다. 죄가 없고 억울할테니 말이죠.
그런데 판사는 지금까지의 수사결과나 경찰과 검사가 내린 결론을 무시하고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전(前) 단계 에서 작성된 조서를 기초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경찰, 검찰 단계에서 억울했지만 재판단계에서 판사가 달리 판단하여 내 억울함을 알아준다면 누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변호사의 변론과 의견서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무죄를 입증하지 않으면 공소장에 기재된 내용으로만 판단할 뿐입니다.
무죄 주장을 해야 할지는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입니다. 성범죄로 기소되어 무죄 판결이 나오는 비율은 3% 미만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만일 직업이 공무원이어서 유죄판결을 받으면 당연퇴직 하게 되는 경우라면 끝까지 무죄 주장을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요.
그러나 보통의 경우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무죄 주장 여부에 따라서 변론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게 되므로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함은 물론이고 후회 없는 결정을 해야 합니다.
기소되면 피고인도 본능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억울해서 계속 무죄를 주장하기는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실패할 경우의 위험성에 대해 불안을 느낍니다.
만일 준강간 무죄를 주장하다가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 실형은 불가피하며 판결이 선고되면 법정구속 될 것입니다.
그러나 기소된 이후,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피해자와 합의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꾼다면 집행유예라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단 이미 전과가 있거나 죄질이 나쁘다면 합의를 해도 실형이 나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죄 주장은 선처 받을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므로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고 고민이 깊어집니다.
예를 들어 사기죄의 경우 죄가 인정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망의 고의와 편취의 고의입니다. 처음부터 돈을 편취할 생각으로 피해자를 속였는지가 핵심입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 없었다면 사기죄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나는 결코 처음부터 편취하거나 속일 생각으로 한 것이 아니며, 상황이 악화되어 이렇게 된 것인데, 결과적으로 피해자에게 경제적 손해를 입힌 것은 맞고 그 점에 있어서는 미안하니까 피해배상을 해주겠다” 이런 식으로 주장을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즉 무죄를 주장하면서 피해배상을 하는 것이 그다지 모순되지 않으며, 이 경우 설령 무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할지라도 선처를 받을 가능성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성범죄는 그렇지 않습니다. “합의로 성관계를 했으므로 나는 죄가 없지만, 어쨌든 미안하니까 피해배상을 해 주겠다”는 말이 안 되는 주장이므로 무죄 주장은 합의 가능성을 배제시키는 것입니다.
물론 겁나니까 무죄 주장을 철회하고 정상 사유를 주장하라는 말이 결코 아닙니다. 성범죄는 허위 고소가 많기 때문에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다투고 증인신문에서 피해자 진술의 모순을 드러내고 신빙성을 탄핵할 수 있다면 무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하고자 하는 말은, 실패하든 성공하든 결과는 전적으로 피고인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는 단순히 그 사건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전과 기록 유무, 피고인의 직업과 경제력, 피해자가 과거에도 이 같은 사건으로 고소한 적이 있는지, 피해자가 합의금을 원하는지, 다른 증거의 유무, 여러 가지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이를 판단하는 것은 오랜 세월동안 법률 전문가가 동종의 사건으로 체득한 경험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를 찾을 때는 이를 알아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며 자신이 마주하게 되는 결과 역시 스스로의 선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