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인과 유명인들의 재산분할에 관한 뉴스가 보도된 후 이혼재산분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재산분할이 위자료, 양육비 등에 비해 금액이 크고, 양측 간의 치열한 공방이 오가기 때문에 대중의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재산분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사회적으로 결혼과 이혼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다 보니 결혼 전에 미리 재산관계를 명확히 규정지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혼 시 재산에 대한 분쟁을 예방하고 혼인 전 보유하고 있던 개인 재산을 지키기 위해 혼전 계약서(prenuptial agreement, 약칭 ‘prenup’)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유명인들이 혼전계약서 작성을 통해 이혼 시 재산분할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사례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민법에서는 ‘부부 재산 약정’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혼인신고 전에 등기가 되어야 부부의 승계인 또는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유념해야 할 사항은 부부 ’재산 약정’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이는 재산에 관한 약정을 의미하고 ‘시댁에 주 2회 방문한다’, ‘음식물 쓰레기는 남편이 버린다’와 같이 결혼생활에 관한 수칙을 정한 약정에 대하여는 민법에서 따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두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첫째, 재산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면 ‘이혼 시 서로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법적 효력이 있을까? 둘째, 민법에서 따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가사일 등에 관한 혼전계약도 일반적인 계약으로 보아 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우선 이혼 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하는 내용의 부부 재산 약정의 유효성에 대해서 살펴보자. 결론만 이야기하면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 우리나라 법원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권리를 미리 포기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 시에 발생하기 때문에 미리 포기하기로 하는 약정은 법적으로 효력이 없는 것이다.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발생하는 상속권을 미리 포기하는 약정,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 대한 양육권을 미리 포기하는 약정이 무효인 것도 동일한 이유이다.
그렇다면 재산분할에 관한 혼전계약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까?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내용 자체는 법적 효력이 없지만, 혼인 당시 각자의 특유재산을 정하고 그에 대한 관리를 각자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면, 이혼 시 특정 재산을 특유재산으로 보아 재산분할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유리한 증거로 활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시가와 처가 방문, 육아 분담 등과 같은 생활수칙을 정한 혼전계약이라도 일반 계약과 같이 효력이 있을까?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계약 당사자는 계약의 내용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지만, 일반상식이나 공서양속에 반하는 내용, 지나치게 불공정한 내용은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 따라서 만일 ‘시가(혹은 처가) 주 2회 방문’,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등에 대한 수칙을 정해두고 ‘위반 시 재산 명의 이전’ 등의 조항을 두었다면 이는 공서양속에 반하거나 지나치게 불공정한 내용에 해당하여 그 효력을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법률사무소 윤헌의 이혼 전문 변호사인 이윤환 변호사는 “혼인 전 부부가 협의하여 부부 재산 약정서를 작성했다 하더라도 약정서의 내용이 전부 유효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기에 부부 재산 약정서 작성 시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고, “또한 부부 재산 약정서에 기재된 특유재산이라 할지라도 배우자가 혼인 중 해당 재산의 증식 및 유지에 기여한 바가 있다면 기여도를 주장 및 입증하여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으니 혼전계약이 존재하더라도 이혼 시 본인의 권리를 최대한 인정받기 위해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을 추천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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