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부동산&민사법 전문변호사 최아란입니다.
2020. 7. 31.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된 이래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많은 소송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계약갱신청구권 관련 사건의 특성상 소송이 1심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대단히 많고, 일부 사건이 2심까지 이어질뿐, 3심까지 진행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즉 대법원 판결이 거의 없는 실정이었지요.
그런데 2023. 12. 7. 대법원에서 계약갱신요구권과 관련된 유의미한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오늘은 그 대법원 판례에 대해 소개드릴까 합니다.
이 사건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이사 가라'라며 건물인도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의 당사자는 이렇습니다.
원고 : 집주인(임대인)
피고 : 세입자(임차인)
소송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요구함
집주인이 자신이 실거주하겠다며 세입자의 갱신요구를 거절함
집주인이 세입자를 상대로 이사 나갈 것을 요구하며 건물인도를 청구함
1, 2심에서는 집주인의 갱신거절이 적법하니, 세입자는 이사를 나가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 1, 2심에서는 집주인이 실제로 거주하겠다는 이유를 들어 계약갱신을 거절한 것이니, 세입자는 갱신거절을 받아들이고 이사를 가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1, 2심에서는 집주인이 승소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존 하급심 판례들에서는 "집주인은 특별한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도 실거주 목적을 들어 임차인의 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이 경우 세입자가 '집주인의 실거주 목적을 의심할만한 합리적인 사유가 있다'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이사를 가야 한다"라고 판단해 왔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집주인의 실거주 의사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와 같은 하급심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확실히 했습니다.
대법원은 임대인의 실거주 의사는 임대인이 증명하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대법원은 먼저 "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을 임대인이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판결을 좀 더 자세히 볼까요?
그리고 대법원은 임대인이 '실거주하겠다'라고 말한 것만으로는 실거주 의사가 있다고 바로 인정할 수 없고, 임대인이 실제로 거주하겠다는 의사가 진정하다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사정이 인정되어야 실거주 의사를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말이 좀 어렵지요?
한마디로 임대인은 '그 정도면 들어와서 살려고 하는 거네~'라는 정도의 사정은 임대인이 입증해야 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때 대법원은 무엇을 근거로 임대인의 실거주 의사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을까요?
대법원은 임대인의 실거주 의사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도 제시했습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임대인의 실거주 의사 유무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임대인의 주거 상황
임대인이나 그의 가족의 직장이나 학교 등 사회적 환경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를 가지게 된 경위
임대차계약 갱신요구 거절 전후 임대인의 사정
임대인의 실제 거주 의사와 배치ㆍ모순되는 언동의 유무
이러한 언동으로 계약갱신에 대하여 형성된 임차인의 정당한 신뢰가 훼손될 여지가 있는지 여부
임대인이 기존 주거지에서 목적 주택으로 이사하기 위한 준비의 유무 및 내용 등 여러 사정
그리고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집주인의 실거주 의사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어 집주인의 실거주 의사가 의심스럽다고 판단했습니다.
집주인이 목적 주택에 실거주하겠다고 하는 대상이 계속 바뀌었습니다(자신과 배우자 및 자녀 -> 자신 또는 부모 -> 자신의 배우자 -> 자신의 부모).
갱신거절 당시 원고의 배우자는 자녀교육을 위해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고, 원고의 배우자도 직업상의 이유로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아파트에 실거주하여야 할 만한 사정이 없었습니다.
원고와 원고 가족에게 다른 지역 생활을 청산하거나 이를 위하여 전학 또는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정도 없었습니다.
원고의 배우자는 이 사건 아파트 인근의 다른 아파트를 급매로 처분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처분하지 않은 채 여전히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원고는 자신의 부모가 병원 진료를 쉽게 받기 위해 지방에서 이 사건 아파트로 이주하려고 했다고 주장했지만 원고 부모의 외래진료기록상에는 1년에 1~5차례 가량의 통원진료 기록만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점에 추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대법원은 집주인인 원고가 이 사건 건물에 실제로 거주하려는 의사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집주인의 실거주 의사를 다시 판단해보라며, 이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거절을 당했다면, 집주인에게 실거주하려는 사정을 알려달라고 해보세요.

과거에는 집주인이 실제로 거주하겠다고 주장하면, 세입자는 막연히 이사를 나와야 했습니다.
간혹 세입자들이 집주인에게 구체적인 사정을 물어보면 일부 집주인들은 '내가 개인적인 사정까지 세입자에게 일일이 말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라면서 강하게 거부반응을 보이곤 했는데요. 결국 세입자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쫓기듯 이사를 나와야 하는 형편이었습니다.
물론 집주인의 실거주가 허위로 밝혀질 경우 세입자는 집주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었고, 지금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입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이사를 나온 후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사를 나오지 않는 것이겠지요.
진정으로 집주인이 실제로 거주하겠다고 한다면, 그때는 물론 세입자가 갱신을 포기하고 이사를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점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 소개드리는 대법원 판결을 통해, 최소한 집주인에게 '이 집에 실거주하려는 이유를 설명해달라'라고 요구해볼만한 근거가 생겼습니다.
오늘 소개드리는 판결을 통해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여, 오해 없이 계약갱신 문제를 해결해나가실 수 있기를 기원드립니다.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부동산&민사법 전문변호사 최아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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