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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자주 찾는 질문 모아보기(1)] 양형, 배상명령등 

이용수 변호사



0. 보이스피싱, 왜 잘 몰랐더라도 유죄가 선고되는 걸까요?

보이스피싱 영업책이면 모를까 현금수거책이나 전달책은 보이스피싱임을 모르고 연루된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럼에도 법원은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죄의 아주 작은 일부라도 담당하였다면 유죄를 선고해 오고 있습니다. 여타 조직범죄의 경우 대표나 임원, 이사 등 고위 직책에 있는 자들 위주로 처벌이 이루어지고 특정 직급 이하로는 처벌을 피하는 경우가 많은 것과는 분명 비교되는 점입니다. 정책적인 고려가 작용한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이를 공고히 뒷받침 해주는 법리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하겠는데 이에 관하여 보겠습니다.

범죄는 세 가지 요건이 갖추어져야 성립합니다. 당연히 보이스피싱도 마찬가지입니다. ① 구성요건 해당성 (범죄의 요건을 갖추는 행위일 것) ② 위법성 (법률이 금지하는 행위일 것) ③ 책임성 (행위자에게 비난가능성이 있을 것)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범죄는 성립하지 않고 이로써 행위자를 처벌할 수 없습니다.

폭행을 예로 들어 볼까요? 손을 이용하여 얼굴을 때렸다고 해봅시다. (1) 이는 '사람의 신체를 폭행한다'는 폭행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입니다. (2) 형법 제260조에 따라 위법한 행위임도 분명합니다. (3) 따라서 때린 사람이 14세 이상으로 책임을 질 수 있는 자라면 폭행죄가 성립함에 의문이 없습니다. 그러나 정당방위였다면 어떠할까요? 정당방위는 위법성을 조각하여 위법성이 없게 되므로, 더이상 위 행위는 범죄가 아니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14세 미만이라면 책임성이 없으므로, 역시 더이상 위 행위는 범죄가 아니게 됩니다.

대강 이해가 되셨지요? 그럼 더 나아가 봅시다. 보이스피싱 현금전달책에서는 '고의'가 가장 큰 쟁점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그러니까 "나는 모르고 했다.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이 통상적인 변소의 방향입니다. 그렇다면 고의는 위 세 가지 범죄의 요건 중 어디에 해당할까요?

조금 복잡하지만, 고의는 구성요건적 요소이기도 하고, 책임적 요소이기도 합니다. 이를 고의의 이중적 지위라고도 하는데요. 폭행을 다시 예로 들어 보자면 내가 손을 이용하여 얼굴을 때리려는 의사가 있었다면 구성요건적 고의가 있었다고 봅니다. 반면 어쩌다 내가 손을 휘젓다가 사람의 얼굴을 치게 되었다면 이는 구성요건적 고의가 없는 것이지요. 한편 책임고의는 소위 법적대적 고의로써 내가 하는 행위가 양심에 반하고 법체계에 반한다는 것을 아는 고의입니다. 만약 상대방이 칼을 꺼내는 줄 알고 사람을 때린 것이었는데, 실제로는 아닌 경우라면 정당방위가 성립하지 않아 위법성은 그대로 남아있지만 나는 법을 어기려고 한 고의가 없으므로 책임이 조각될 수는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의문이 드시겠지요? 아니 나는 지시만 따랐고, 그 사람들이 어떤 사기를 치는지 그 내용도 몰랐는데 그렇다면 구성요건적 고의(내가 사람을 속여서 돈을 받는다는 점을 인식)이 없다고 보아야 하지 않느냐?

문제는 '기능적 행위지배'라는 개념입니다. 기능적 행위지배란 역할을 분담해 공동으로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로 범죄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면 범죄의 일부만 담당하여 다른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범죄를 실행하는지 몰랐다고 하더라도 공동정범으로서 처벌할 수 있게 됩니다. 즉 나는 그저 현금만 받은 것이지만 어떤 사기행위의 일부를 담당한다는 점은 알고 있었으므로 본범들이 대출을 해준다고 하고 돈을 받은 것이든, 저렴하게 휴대폰을 바꿔준다고 해서 돈을 받은 것이든 그 이유와 방법은 불문하고 사기의 공범이라는 것입니다.

그럼 또 의문이 들지 않으시나요? 내가 사기인 걸 언제 알았냐는 것이냐?

여기서 마법과 같은 개념, 미필적 고의가 등장합니다. 미필적 고의란 "~해도 어쩔 수 없지"라는 고의로 내가 뭔가 이상하고, 뭔가 사기적인 행위라고 생각하였지만 용인하고 넘어갔기에 인정되는 고의입니다. 요즘 세상에 현금을 주고 받는 게 이상하지 않았냐,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말라는 게 이상하지 않았냐, 사기같은 범죄로 생각하지 않았냐를 묻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억울하지만 내가 사기의 일부로써 돈을 받은 행위(객관적 구성요건)와 그 행위를 내가 고의로써 하였다는 점(주관적 구성요건)은 실무적으로는 인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행위가 위법하다는 것은 분명하고, 책임이 조각될 정도의 정당한 이유(가족을 죽이겠다고 협박하여, 또는 지적인 능력이 매우 부족하였다는 등 누가 보아도 그와 같은 행위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이유)도 없는 이상 결국 무죄를 다투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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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렇다면 보이스피싱 일단 모두 인정해야 되나요?

앞서 매우 장황하게 유죄의 가능성이 높은 이유를 설명 드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소의 여지가 있다면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무죄 취지의 주장을 해야 합니다. 일단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 양형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구요? 변호사마다 입장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저는 반드시 진정한 반성과 무죄 주장이 양립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보이스피싱 현금전달책의 경우에는요.

내가 조심성 없이 행동함으로써 피해자에게 금전적인 피해를 입힌 사실, 그로써 피해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에 대하여는 충분한 반성을 하되, 그러나 이는 결코 고의적인 것이 아니었고 ~~~ 사실을 본다면 나에게는 고의가 없다는 주장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피해자와의 일부 합의와 동시에 무죄 취지의 주장을 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이처럼 무죄 취지의 주장을 하는 이유는, 무죄 취지의 주장을 하게 되면 어찌 되었든 재판부는 무죄 가능성을 판단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사정과 당시 인식 상황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충분한 변소가 있다면 피고인에게 비록 유죄를 선고하더라도 상황을 참작하여 보다 가벼운 양형을 선고할 가능성이 있게 되지요. 또 여러 정황이 뒷받침 되어 정면으로 무죄를 주장하는 경우에는 조금은 기적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을 것을 기대해 볼 수도 있습니다. 재판부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고, 종종 대법원에서도 보이스피싱에 대하여 엄격하게 유무죄 판단을 하라는 취지의 판례가 나오기도 하니까요.


2. 보이스피싱 양형은 얼마인가요?

가장 궁금해 하실 부분 중 하나입니다. 무죄가 선고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통상 검사의 구형은 5~7년, 선고는 2~3년 정도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다만 피해액과 피해자의 수, 죄질(얼마나 알고 가담했는지), 가담기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와의 합의이지요. 피해자와의 합의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통상 피해자의 반절 이상과는 합의를 해야 집행유예가 가능하다고 이야기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간혹 매우 적은 액수로 합의한 피해자 수만 늘리는 경우가 있는데, 최근에는 재판부에 따라 피해자별 합의 금액을 물어보는 경우도 있으므로 참고하셔야겠습니다. 즉 어느 정도는 실질적인 피해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다만 애초에 돈을 벌려고 보이스피싱에 가담하시게 된 분들이 많기에 합의에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어렵지 않게 다수의 피해자와 합의가 가능한 경우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경우에는 한정된 재원으로 최대한 많은 피해자와 합의를 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이는 무죄 취지의 주장을 하여 죄질을 낮추어야 하는 또다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최대한 죄질을 낮추어야 피해자와 일부 합의만 하고 실형을 선고받는 최악의 경우를 피할 수 있습니다.

한편 반성문이나 탄원서가 과연 양형에 영향을 미치느냐. 이에는 여러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판사님들은 쳐다도 안본다고 하고, 어떤 분들은 그래도 잠깐이라도 본다는 경우도 있고 하는데요.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안내는 것보다는 낫다'입니다. 반성문을 제출하게 되면 어찌되었든 '진정한 반성'이라는 양형요소를 건드려 주기도 하고, 또 그 내용이 압도적으로 좋은 경우(예전에 전지 두 장에 탄원서를 작성하여 감형받은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또는 다른 양형조건과 시너지로 감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으니까요.

3. 현금 수거, 전달을 여러 곳에서 했는데, 수사 관할은 어떻게 되나요?

현금 수거, 전달을 한 지역에서만 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1~2회의 단발성으로 끝났다면 모를까 통상적으로는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현금 수거, 전달을 하게 됩니다. 때문에 수사 관할이 어디로 정해지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경찰의 재량 영역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듯 합니다. 수사관할은 가장 기본적으로는 피의자의 주소지이나, 범죄지도 포함이 됩니다. 따라서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 전달책처럼 여러 지역에서 범행위 이루어진 경우에는 피의자의 주소지 뿐만 아니라 여러 범죄지들까지 수사관할이 되어 피의자가 전국 방방 곳곳을 돌아다니며 피의자조사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건의 병합을 신청할 수도 있겠지만 적법한 수사 관할인 이상 재량의 영역이므로, 실적 때문인지 또는 피의자의 편의를 굳이 봐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병합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민사 소송과는 달리 형사 절차에서는 변호인이 대리로 출석해야 진술할 수 가 없고 피의자, 피고인이 직접 출석하여 진술하여야 하므로 만약 본인의 범죄지가 여러 군데라고 한다면 이와 같은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앞으로의 생활을 준비해 나갈 필요성이 있습니다.

4. 주민등록법 위반, 범죄수익 은닉,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도 인정해야 하는 것인지 

기본적으로 보이스피싱은 전자금융'사기'이지요. 그러므로 본인의 죄명에 사기가 있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 그 뒤로도 여러가지 죄명이 붙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민등록법 위반이라든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이라든가,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와 같은 것들인데요. 일단 죄명도 길고 죄명도 뭔가 무시무시한 느낌으로 당황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위 죄명들을 풀어 말하면, 남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여 무통장입금을 한 잘못, 사기로 받은 돈을 무통장 입금으로 자금 세탁한 잘못, 금융기관의 영수증이나 대출완납확인서 등을 출력하여 건내준 잘못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사건의 결과를 놓고 비교해 볼 때 죄명이 몇 개인지가 선고되는 양형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사실 양형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 죄명을 추가한다기보다는 전부 무죄를 만들지 않고자 하는 의도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때가 많은데요. 최대한 여러가지 죄명을 적용함으로써 설령 사기의 공동정범이라는 혐의에 대하여는 무죄가 선고된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죄명에서라도 유죄를 받아내기 위한 것이 아닐까(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하는 것입니다.

5. 피해자들이 나중에 민사소송을 할 수도 있다던데....

형사소송에서 배상명령신청을 통해 피해 회복을 꾀하는 피해자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보이스피싱 사건에서는 배상명령신청이 인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배상명령신청은 신청인의 채권이 확정적인 경우에만 인용이 되는데, 보이스피싱 피해자가에게 피해액 전액에 대한 청구권이 있는지 여부가 불명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피해자에게도 일부 피해의 책임이 있기 때문인데요.

고의 불법행위 가해자는 피해자의 과실상계를 주장할 수 없음이 원칙이나, 대법원은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결과가 초래되지 않는 경우에는 과실상계와 공평의 원칙에 기한 책임의 제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할 것이다"(대법원 2016. 4. 12. 선고 2013다31137 판결 등 참조)라고 판시한바 보이스피싱 피해자 역시 그 청구액이 제한될 수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배상신청인들의 신청을 모두 각하한다'라는 판결이 나오게 됩니다.

결국 피해자들은 합의 또는 민사소송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합의금의 액수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 합의에 응하지 않고 민사소송을 제기해 오는 피해자들도 많아지는듯 합니다. 이는 변호사 선임 비용 일부를 패소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이 널리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러나 아직까지는 집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가해자에게 민사상 소를 제기하지 않는 피해자의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보이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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