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은 네이버에서 '김형민'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블로그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이라는 말을 들어 보았을 것입니다. 학술적 의미에서 성인지 감수성이란 대체로 성별 간의 차이로 인한 일상생활 속에서의 차별과 유·불리함 또는 불균형을 인지하는 것 또는 양성평등의 시각에서 일상생활에서 성별 차이로 인한 차별과 불균형을 감지해내는 민감성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성별 또는 성적으로 어느 정도의 수위가 유리 또는 불리함을 인지하거나 차별 또는 차별이 아님을 분별할 수 있는 감수성이나 인지력을 말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인지 감수성이란 최근 양성평등, 성인지 인식 등 성과 관련된 인식개선을 위해 새롭게 대두된 개념으로 일반적으로 성과 관련된 이슈를 감지하는 능력으로서 성차별로 인해 일어나는 문제, 그 차이들이 미치는 영향 등을 인지하는 것 즉 성차별과 서의 불평등을 인지하는 광범위한 능력을 말한다. 성인지 감수성은 학자들에 따라 ‘성인지력’, ‘성 평등의식’, ‘젠더 감수성’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 여기에는 남녀 간 존재하는 성불평등과 성차별적 요소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신체, 심리, 사회영역에서 양 성간에 차별이 없어야 함을 강조한다. 또한 성인지 감수성은 개인이 살아 온 환경과 경험에 의해 형성되며 교육 지식 지각을 통해 변화되고 실천과 행동으로 표현되는데 성인지 감수성의 핵심은 성별에 따른 차이를 인정하되, 그러한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극적인 노력과 행동을 취하는 것을 말하며, 여기에서 ‘성’은 생물학적·태생적 측면서에서의 성(sex)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형성된 성(gender)을 의미한다. |
김종일, 「성폭력 범죄 재판에서의 ‘성인지 감수성’과 ‘피해자다움’에 관한 검토 - 2018고합75 판결과 2018노2354 판결을 중심으로 -」, 법학논총 제37집 제4호, 2020, 143-144면에서 발췌함 |
‘성인지력’, ‘젠더감수성’, ‘성인지 관점’ 등으로도 불리는 성인지 감수성(gender sisitivity)은 양성평등 관점에서 일상생활상 성별 차이로 인한 차별과 불균형을 감지해내는 민감성을 넘어 성 평등을 실현화기 위해 정책적·법제도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지적 능력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본다(권희경, 2018 : 94). ‘성인지 감수성’은 시간의 변화에 따라 변하는 개념으로 특정시기의 사회·문화에서 구조적으로 형성된 남녀의 성차별적 가치와 구성 요소를 간파해내고 양성 평등의 실현을 위해 정책적, 법제도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나가는 지적능력이라고 한다(이성기, 2019 : 94). 또한 성인지 감수성이란 성 이슈를 감지하는 능력으로 성차별로 일어나는 문제와 그 차이들이 미치는 영향 등을 인지하는 것으로서 성 차별과 성 불평등을 인지하는 광범위한 능력을 말한다고 한다(우인성, 2021 ; 200). 구체적으로 성인지 감수성은 성차별 감수성, 양성평등의식, 성폭력에 대한 감수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고 한다. 성차별 감수성은 여성의 열등성, 여성비하, 여성을 신체와 연관 짓는 정도 등을 포함한 남성중심의 성역할을 문제시하는 의식이라고 한다. 양성평의식은 성별에 따르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남녀가 동등하고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다고 믿는 의식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성폭력 감수성’이란 성폭력의 원인과 실질적 형태를 이해하여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한다(곽연희·정원철, 2018 : 54). 성인지 감수성을 성폭력 범죄에 대입하면 성폭력의 개념 및 발생 여부에 대한 사실인정을 피해자 관점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보게 된다(이성기, 2019 : 113). 그런데 성인지 감수성의 3요소 중 성차별 감수성은 남성중심의 정책과 제도를 벗어나기 위한 인식적 측면으로서 양성평등의식과 다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성범죄와 관련이 있는 것은 양성평등의식과 성폭력에 대한 감수성이라고 할 수 있다. |
하태인, 「성폭력 범죄의 신빙성 판단기준인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고찰」, 한국공안행정학회보 제90호(2022), 2022, 363-364면에서 발췌함 |
성인지 감수성에서 “성”과 관련하여 성(性, sex)이 아닌 성별(性別, gender)이라고 하는데 최근에는 이를 구별하지 않는다고 하는바, 법학 특히 성범죄에서는 “성(性, sex)”에 더 가까운 의미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성범죄에 결부하여 판단해 보면 사람의 성(性)과 관련한 민감한 문제에 관하여 피해자 또는 가해자 중에 누가 “인지”할 것인지에 대하여는 생각해 볼 사안이라 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성희롱이나 성범죄와 관련하여 피해자의 의사 등을 기준으로 성립여부를 인정하여 왔던 것이 주된 방향이었을 것입니다.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에서는 성인지 감수성은 언급하였으나 그에 관한 구체적 기준은 제시하지 않고 강간죄와 관련하여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여 그 증명력을 배척”한 원심판결을 파기한바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에서는 자폐성 장애가 있는 피고인이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에 대하여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논리로 자폐성 장애가 있는 피고인을 기준으로 범죄성립 여부를 판단하여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편 대학교수의 학생들에 대한 언동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문제로 해임된 대학교수의 해임취소 행정소송 사건인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에서 성인지 감수성에 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행정소송사건에서 성인지 감수성과 성희롱 문제 :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에서,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피해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위 행정사건에서 성인지 감수성에 관하여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성희롱 여부는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할 것을 제시한 것입니다.
[강간죄는 피해자가 성교 당시 처하였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함 : 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5도3071 판결]
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5도3071 판결에서는,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있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성교 당시 처하였던 구체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보아 피해자가 성교 이전에 범행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거나 피해자가 사력을 다하여 반항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안된다.”고 판시한바 있습니다.
[형사사건인 강간죄(성폭행, 성범죄) 사건에 처음으로 성인지 감수성을 도입한 대법원 판례 –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할 것 :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
- 사실관계
➀ 피고인과 공소외 2는 유치원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고향친구로서 30년 이상 친구 사이로 지내왔고, 같이 □□지역 조직폭력단체인 ‘◇◇파’에서 조직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있다.
➁ 피해자와 공소외 2는 모두 이혼한 전력이 있는 사람들로서 2014. 5.경 재혼하였는데, 당시 전남편이나 전처 사이에서 각각 태어난 딸들과 함께 살았다.
➂ 피해자와 공소외 2는 재혼한 후 □□시에서 피고인 및 그의 처와 같은 동네에 살 면서 부부동반으로 가끔 만났고, 피해자는 피고인의 처와 친한 관계로 지냈다.
➃ 피해자와 공소외 2는 2016. 12.경 ☆☆시로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이사를 가기 전에 공소외 2와 피고인이 사업문제로 사이가 틀어져 이사를 간 후에는 서로 만나거나 연락을 하지 않았고, 피해자도 피고인의 처와 자연히 사이가 멀어져 연락하거나 만나지 않았다.
➄ 공소외 2는 2017. 4. 10. 사업차 5박 6일 일정(2017. 4. 15. 오전 귀국 예정)으로 베트남으로 출국하였다.
➅ 피고인은 공소외 2의 이러한 해외여행일정을 알고 공소외 2가 출국한 당일인 2017. 4. 10. 오후에 피해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긴히 할 말이 있으니 만나 줄 것을 요청하여 그날 밤에 피해자를 만났다. 피고인은 자신의 차 안에서 피해자에게 ‘공소외 2에게 사생아가 있다’는 말을 하였고, 피해자가 황당해하자, 피해자도 들을 수 있는 휴대전화 스피커폰 기능을 이용하여, 후배들에게 전화하여 ‘공소외 2에게 아들이 있는 것 맞지’, ‘내가 너한테 공소외 2 연장 놓으라고 하면 알지’라고 하거나, 현직 경찰관에게 전화하여 ‘형님, 제가 지금 낫을 들고 있는데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말을 듣지 않는데 어떻게 합니까’라고 하고, 그의 처에게도 전화하여 ‘씨발년아’ 등 욕설을 하며 횡설수설 하더니 통화를 끊자마자 피고인의 행동에 충격을 받아 당황한 피해자에게 ‘이게 진실이다, 정신차려라’고 소리치며, 다짜고짜 손바닥으로 피해자의 뺨을 1회 때리고, 피해자의 머리를 3~4회 때려 피해자를 폭행(이하 ‘이 사건 폭행’이라 한다)하였다.
➆ 그 다음 날인 2017. 4. 11.부터 같은 달 13.까지 3일 동안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날마다 연락하여 3회 정도 만났는데, 그중 한 번은 이 사건 폭행 다음 날 피해자 친정 근처까지 따라와 분식집에서 점심을 같이 먹은 것이고, 다른 한 번은 저녁 경 피해자가 딸의 약을 사러 대전에 있는 약국에 갈 때 피고인에게서 연락이 와 같이 간 것이며, 나머지 한 번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 부근으로 찾아와 피고인의 차 안에서 잠깐 동안 이야기한 것이다.
➇ 피해자는 공소외 2가 귀국하기 전날인 2017. 4. 14. 23:05경 공소외 2에게 “졸려서 비행기 탈 때까지 못 기다릴 것 같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전화하라. 먼저 잘 테니 조심히 오라.”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➈ 피고인은 2017. 4. 14. 23:43경 조수석에 피해자를 태우고 피해자의 집(☆☆시 ▽▽아파트)에서 아주 가까운 (지명 생략)에 있는 ○○ 무인모텔 주차장에 들어갔다.
➉ 피고인과 피해자는 이 사건 폭행 이전에는 둘만 만난 적이 전혀 없다.
-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에 입각한 성인지 감수성의 반영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에서 피해자의 진술을 판단함에 있어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또한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도5407 판결 참조).”고 판시하였으며,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하여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적, 구체적인 사건에서 성폭행 등의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참조).”라고 판시하여, 성인지 감수성을 판단에 있어 피해자의 진술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을 명시한 것입니다.
-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에서,
“원심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이유로 들고 있는 사정들은, 피해자가 처한 구체적인 상황이나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과 반드시 배치된다거나 양립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이 그러한 사정들을 근거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것은 성폭행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성폭행 사건의 심리를 할 때 요구되는 ‘성인지 감수성’을 결여한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판단하였으며,
“원심 설시와 같이 공소외 2가 과거 조직폭력단체 내에서 피고인과 위상이 비슷하거나 더 높았다고 하더라도, 공소외 2가 피고인과 친구 사이이고, 이미 약 7년 전에 조직폭력단체에서 탈퇴한 점을 고려하면, 공소외 2가 피고인에게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설령 공소외 2가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남편인 공소외 2에게 강간피해 사실을 곧바로 말하지 않은 것을 두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는 사유로 삼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판시한 것입니다.
※ 공소외 2는 피해자의 남편임
또 “그런데도 원심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에 부족하거나 양립 가능한 사정만을 근거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여 그 증명력을 배척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증거의 증명력을 판단함에 있어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어긋나는 판단을 함으로써 자유심증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 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라고 판시한 것입니다.
- 첨 언
위 대법원 판결에서는 피고인의 진술이 아닌 피해자의 입장에서 성인지 감수성 및 진술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자폐성 장애 겸 지적장애인이 ‘추행’을 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사건에서 피고인이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그리고 피고인의 입장에서 성인지 감수성 여부를 판단한 판례 :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
-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자폐성 장애 등으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다음과 같이 범행하였다.
피고인은 2021. 6. 24. 23:15경 부산도시철도 1호선 서면역에서 다대포 해수욕장역으로 운행 중인 (전동차번호 생략)호 전동차에서, 피해자 공소외인(여, 19세)의 옆 자리에 앉아 피해자의 왼팔 상박 맨살에 자신의 오른팔 상박 맨살을 비비고, 피해자가 이를 피해 옆 좌석으로 이동하자 재차 피해자의 옆 자리로 이동하여 위와 같은 방법으로 대중교통수단인 전동차에서 피해자를 추행하였다.
라는 것입니다.
- 원심은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유죄로 판단함
① 피고인의 지하철 내에서의 이동경로 및 신체적 접촉정도 등에 관한 피해자 및 목격자의 진술 내용을 고려하면, 피고인 측이 제출한 소견서 등만으로는 자폐성 장애에 따른 ‘상동행동’으로서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제1심 판결의 이유를 인용하면서, ② 피고인이 자폐성 장애 및 2급 지적장애인으로서 언어ㆍ사회성 등의 발달이 지연되어 사회적 관습과 규칙을 이해하고 내면화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2016년 실시된 피고인에 대한 심리 평가결과와 수사과정에서의 일부 질문에 대한 답변 내용에 비추어, 피고인의 지적 또는 의지적 상태가 자신이 한 행동의 사회적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의 상태에 해당한다고 볼 정도는 아닌 점, ③ 피고인이 피해자의 맞은편에 앉아 있다가 피해자 옆으로 옮겨 앉은 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를 한 점에 비추어 자폐성 장애로 인한 상동행동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추가적인 이유로 하여,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 성인지 감수성 판단에 관하여 피해자 진술을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하여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라고 판단함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에서는 성인지 감수성과 관련하여,
“성범죄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적 관점’을 유지하여야 하므로, 개별적ㆍ구체적 사건에서 성범죄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지만(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 7709 판결 등 참조), 이는 성범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하여야 한다거나 그에 따라 해당 공소사실을 무조건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판시한 것입니다.
성인지 감수성에 관하여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 7709 판결에서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으나, 위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에서는 반드시 피해자의 진술의 증명력을 제한 없이 인정하여야 한다는 등의 의미는 아니라는 취지로 판단한 것입니다.
- 대법원의 판단 : 자폐성 장애 겸 지적장애인의 범행에 관하여 추행의 고의의 인정하지 않고 피고인의 범행에 관하여 무죄의 취지의 원심의 판결을 파기환송함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에서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에게 추행의 고의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바,
1)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추행의 고의를 인정한 가장 중요한 간접사실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따라간 것처럼 계속 자리를 이동하였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이에 관해서는 “자폐성 장애로 인한 ’빈자리 채워 앉기에 관한 강박 증상’의 발현에 불과하다.”는 피고인의 주장 및 장애 상태와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발현 증상에 관한 이론적 근거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2) 피해자가 피고인이 상박 중 일부를 고의로 비볐다고 생각한 것은 자폐성 장애로 인하여 피고인도 의식하지 못한 채 별다른 의미 없이 팔을 위 아래로 움직이는 ‘상동 행동’의 일환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3) 한편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자폐성 장애에 따른 상동행동으로서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은 물론 형사소송법상 증거재판주의 및 검사의 증명책임에 반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
4) 피해자의 수사기관 및 법정진술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부분에 한정하여 이를 그대로 진술한 것일 뿐 허위ㆍ과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일관성ㆍ합리성ㆍ타당성 등의 측면을 비롯하여 성인지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그 신빙성을 인정함에 별다른 장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반면, 피해자 진술에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실만이 아니라 그러한 사실을 기초로 하여 피고인이 고의로 추행을 하였다고 판단한 주관적 의견이나 평가까지 상당히 포함되어 있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은 목격자 진술에 따른 피고인의 자리 이동경로,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에 따른 피고인의 자폐성 장애 및 중증 장애 상태, 자폐성 장애로 인한 ‘빈자리 채워 앉기에 대한 강박행동’ 및 ‘상동행동’의 가능성, 피해자와 목격자 모두 공소사실 기재 당시에는 위와 같은 사정을 전혀 알지 못한 채 피고인이 당연히 비장애인임을 전제로 하여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그 행위를 평가한 점 등의 여러 정황을 더하여 보면, 피해자 진술만으로는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기에 충분할 정도에 이르렀다고까지 단정할 수 없으므로, 공소사실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5) 피고인이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내용의 경찰 작성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동의를 하였기에 증거능력 자체는 인정되지만, 원심이 그 중 일부 내용만을 근거로 피고인의 진술태도나 지적상태ㆍ인지능력 등과 같은 피고인의 상태를 추단한 후 이를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유죄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고 판단한 것입니다.
- 첨 언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은 성인지 감수성에 관하여 피해자가 아닌 피고인의 입장에서 판단한 사례입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대법원에서 무죄로 올라온 것을 '아니야 유죄야'라고 파기환송한 사건들은 많았으나, 유죄로 올라온 사건을 '아니야 무죄야'라고 파기환송한 사건은 근 몇 년만에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이전과 다른 결과가 나온 이유는 정권이 바뀌면서 대법원의 수장이 교체되었고 추가로 3명의 대법관이 새로 임명되면서 대법원의 인적 구성이 달라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사건 재판장 역시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 선임된 권영준 대법관님입니다.
[성인지 감수성에 관하여 상반된 판단 :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과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
성인지 감수성에 관한 판단과 관련하여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에서는 피해자를 기준으로 판단하였으나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에서는 피고인이 자폐성 장애 겸 지적장애인이었기는 하나 피고인의 입장에서 판단한 것입니다.
[성인지 감수성과 무죄추정의 원칙]
“검사는 공소사실에 ‘피고인은 자폐성 장애 등으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을 하였다.’라고 기재하였음에도, 피고인의 지적능력이나 판단능력에 관한 증거를 전혀 제출하지 않은 반면, 피고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약 10년 동안 동일한 정신과 의원에서 작성한 심리평가보고서ㆍ소견서ㆍ사실확인서 등 객관적 자료를 증거로 제출하였다. 즉, 피고인이 위와 같은 증거를 제출하면서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이상, 추행의 고의를 포함한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여전히 검사에 있는 것이지, 피고인이 ‘추행의 고의 부존재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문, 10쪽).
또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의 피고인의 일관된 진술이 기재된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내용만을 근거로 장애 정도 등 피고인의 상태를 추단한 후 이를 유죄의 근거로 삼는 것은 공판중심주의 및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원칙에 반하는 것임은 물론 장애인의 지적능력ㆍ판단능력 등에 관하여 전문가의 진단이나 감정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함부로 재단하고 평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피고인을 불리하게 취급하는 것이 되므로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문, 13쪽).
무죄추정의 원칙은 수사를 하는 단계뿐만 아니라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형사절차와 형사재판 전반을 이끄는 대원칙으로서,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오래된 법언에 내포된 이러한 원칙은 우리 형사법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는 형사법의 원칙에 충실한 판결이라 생각되고 이 대법원 판결의 결론은 헌법상 원리까지 갈 필요도 없이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라 생각됩니다(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6도21231 판결).
[결 어]
성인지 감수성 관련한 대법원 판결들이 나온 이후로 지방법원, 고등법원 판사님들 사이에서는 성범죄는 무죄판결을 내려도 어차피 대법원에서 깨진다는 인식이 퍼졌고 피해자님의 진술은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있는 것으로 부족하고 분명까지 해야 함. 괄호 안은 그냥 제 설명임.)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아니 된다'는 교지를 따라 좀 이상해도 그냥 유죄로 판단하는 복지부동식 판단이 만연해졌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기나 이유없이 지하철역에서 칼로 찔러 죽이는 사람도 있는데 이 논리라면 동기와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 것을 넘어 없기 때문에 살인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강간 무고를 당해도 수사권도 없는, 고소를 당해 상당수 구속되어 있는 사람이 그 구체적인 무고 동기를 밝히지 않으면 처벌 받는다는 해괴한 논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돈을 목적으로 성범죄 무고를 하는 경우도 절대 먼저 합의금을 제안하면 안 되고 "돈이 얼마라도 제가 받은 피해는 회복될 수 없다, 자살을 시도하여 정신과 진료까지 받았다"라고 정신과 한 번 찾아가고 처방받고 받은 약은 안 먹는 식(약을 받은 것이 중요하지 그것을 실제 먹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음)으로 대응하여 1심에서 구속시키고 항소심에서 마지못해 받아주는 척 더 큰 금액을 받는 방식은 여성시대를 조금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일반적인 것인데 이런 나이브한 대응에도 속아넘어갈 논리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도13081 판결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보면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8도7709 판결을 정면으로 변경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법대에서 4년 동안 법을 공부한 것이 부족하여 추가로 더 법공부를 하여 사법시험을 합격한 변호사인 저도, 앞에 어디서 가져와서 쓰기는 했지만 쓰고도 뭔 말인지 모르겠는 애매한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말을 전가의 보도처럼 복붙해서 무분별하게 따랐던 관행에 제동을 건 것임은 분명하고 이제는 좀 상식적인 판결이 내려지는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법관도 아니고 제 의견이 뭐 그리 중요하지는 않을 것이고 다른 의견이 있다면 그 의견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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