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상 이혼,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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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상 이혼,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김형민 변호사

* 전문은 네이버에서 '김형민'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블로그에서 볼 수 있습니다.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을 때, 이쯤에서 이혼해야겠다고 결심하였을 때, 부부 중에 누구라도 재판상 이혼을 청구가 가능할까요. 물론 소송은 누구라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재판상 이혼 소송의 당사자는 누구일까요. 이혼하기 위해서 먼저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이 원고이고 소송을 당하는 상대방이 피고가 될 것입니다.

민법 제840조는 “부부의 일방은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문구상으로는 부부 중에 이혼의 원인된 행위에 유책배우자이든 아니든, 누구라도 재판상 이혼원인을 들어 재판상 이혼 청구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습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와 관련된 유책주의, 파탄주의라는 학설론적 논쟁보다는 대법원은 민법 제840조를 어떻게 보고 있으며 재판상 이혼 청구에 대하여 현실적으로 어떠한 점을 주안점으로 두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실익이 있을 것입니다.

​[상황설정]

갑(甲, 남편)과 을(乙, 아내)은 2015년 1월 1일 혼인하였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갑과 을의 부부관계를 일명 ‘잉꼬부부’라고 하며 부러워 할 정도였습니다. 또 갑과 을 부부는 열심히 저축하여 넓은 아파트와 큰 자동차도 구입하는 등 경제적으로도 여유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갑은 경제적 여유를 가지게 되니 골프를 배운다고 하며 골프연습장을 드나들더니 거기서 만난 병(丙, 상간녀)과 부정행위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을은 갑과 병의 부정한 행위를 모두 알게 되었습니다.

​[유책주의]

혼인의 파탄에 관하여 부부의 일방 또는 쌍방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에 이혼이 가능하다는 이론입니다. 부부의 동거의무, 부양, 협조, 정조 의무 등을 위반하여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부부의 일방이 정조 의무를 위반하여 부정한 행위(상간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그 부정한 행위를 한 배우자의 상대방인 무책배우자만이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유책주의는 스스로 혼인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자의적으로 위반하여 자유롭게 혼인관계를 해소시키는 것을 방지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즉 악의적으로 유책행위를 유발하여 성실하게 혼인관계를 이행한 배우자를 축출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위 상황에서는 갑이 병과 부정한 행위를 저질러 을과의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으므로 갑은 을을 상대로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없고 을이 갑을 상대로 재판상 이혼 청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파탄주의]

파탄주의는 부부 사이에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 즉 파탄사유가 있다면 부부 당사자에게 책임이 있는가를 묻지 않고 이혼을 허락해 주는 이론입니다. 혼인관계의 파탄여부에 따라 이혼의 가부를 판단하여 유책 사유의 존재여부에 대한 공방, 즉 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배우자 일방이 스스로 혼인관계를 파탄시켜, 성실히 혼인상의 의무를 이행한 혼인 파탄의 책임이 없는 배우자를 축출하기 위한 이혼으로 전략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위 상황에서 갑은 을과의 혼인관계를 해소하고 병과 다시 혼인하기 위하여 병과 부정한 행위를 일삼음으로써 을과의 혼인관계를 악의적으로 파탄시키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입법례에 따라서는 일정 기간 이상의 별거 기간을 두는 등 파탄에 대한 객관적 판단기준을 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유책주의 입장]

- 최초의 판례 : 유책주의 입장인 대법원 1965. 9. 21. 선고 65므37 판결

대법원 1965. 9. 21. 선고 65므37 판결은,
“처가 임신불능이고 처와 별거생활하기로 합의하였으며 처가 별거생활의 자금 및 3개월간의 생활비를 수령하였다는 사실, 처가 가명으로 남편에게 경고하는 취지의 서신을 발송하고 관계요로에 투서 등을 함으로써 남편이 축첩공무원으로서 권고해직을 당한 사실, 처가 남편의 바바리코트 등을 잡아당겨 찢어지게 한 사실만으로는 처에게 재판상의 이혼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남편이 가정의 평화와 남녀의 본질적 평등을 무시하고 그 책임에 속하는 축첩행위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내연의 처에게 대한 애정에만 사로잡혀 정처를 돌보지 않고 냉대한 결과, 가정의 파경을 초래하였다면 남편은 축첩생활에 기인한 애정의 냉각이 있다하여 재판상 이혼을 주장할 수 없다.”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위 사례는 남편이 축첩행위를 함으로써 혼인관계를 파탄시켰고 그 남편이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였는데, 대법원은 유책배우자인 남편의 재판상 이혼 청구를 인용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즉 유책배우자는 재판상 이혼 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이후에도 대법원 1969. 12. 9. 선고 69므31 판결에서 유책배우자의 재판상 이혼 청구를 인용하지 않았음

대법원 1969. 12. 9. 선고 69므31 판결에서도,
“남편이 처에게 다른 남자와 불륜관계가 있다고 의심하고 근거없이 욕설과 폭행을 가하므로, 처가 남편이 받아야 할 외상대금 36만원을 임의로 받아 쓰고 부득이 집을 나왔다면 가족파탄의 원인은 남편에게 있다 할 것이므로 남편의 이혼청구는 이유없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위 대법원 판례의 사례에서도 유책배우자의 재판상 이혼 청구를 인용하지 않았습니다.

[예외적으로 혼인관계의 ‘파탄’적 관점에서 유책배우자의 재판상 이혼 청구를 인용한 하급심과 대법원 판례의 등장]

- 서울가정법원 2001. 5. 29. 선고 2000드단21348 판결

서울가정법원 2001. 5. 29. 선고 2000드단21348 판결에서는,
“남편이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남편의 이혼청구를 기각한 판결이 확정된 후, 다시 남편이 제기한 이혼청구에 대하여, 남편이 다른 여자와 부정행위를 한 잘못과 아내가 자신의 생활방식만을 고집하면서 이에 반발하는 남편 및 자녀들을 가족구성원으로 취급하지 않는 등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아니하고 가족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한 잘못 등이 경합하여 혼인생활이 파탄되었고, 쌍방의 책임의 정도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남편의 이혼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위 서울가정법원 2001. 5. 29. 선고 2000드단21348 판결은 남편이 부종한 행위를 저지르는 등 유책 사유가 있어 먼저 재판상 이혼 소송을 제기하여 기각된 후에 다시 재판상 이혼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법원은 유책배우자인 남편의 유책 사유 외에 상대방 배우자인 아내에게도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아니하고 가족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한 잘못 등이 경합하여 혼인생활이 파탄”되었다고 보아 유책배우자의 재판상 이혼 청구를 인용한 것입니다.

-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2므74 판결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2므74 판결에서,
“민법 제840조 제6호 소정의 이혼사유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 함은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처가 뚜렷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남편과의 성행위를 거부하고 결혼생활 동안 거의 매일 외간 남자와 전화통화를 하였으며 그로 인하여 남편이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별거에 이르게 되었다면 부부공동생활관계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남편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위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2므74판결은 유책배우자의 재판상 이혼 청구가 아니라 무책배우자(남편)가 유책배우자(아내)의 부정한 행위 등을 재판상 이혼원인으로 하여 이혼 소송을 제기하였던바, 원심은 “원고와 피고의 혼인생활이 파탄에 이르렀다거나, 더 나아가 그 책임이 피고에 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고, 원고와 피고가 상호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지속적인 배려를 하는 노력이 부족하여 이 사건에 이르게 된 것에 불과해 보인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하였는데 무책배우자(남편)인 원고가 상고하자 대법원은 ‘혼인관계의 파탄’이라는 관점에서 판단한 것입니다.

-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4므955 판결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4므955 판결에서도,
“원·피고의 혼인관계는 그 바탕이 되어야 할 애정과 신뢰가 상실되었고 2002. 7.경부터 지금까지 장기간 별거하면서 그 동안에 두 사람이 혼인관계의 회복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그 부부공동생활관계는 이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원고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재판상 이혼 청구에 대하여 책임의 유무보다는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관계의 회복 여부가 어렵다고 보아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는지를 주안점으로 보았던 것입니다.

[유책배우자의 재판상 이혼 청구를 인용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등장 :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것은 혼인제도가 요구하는 도덕성에 배치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방지하려는 데 있으므로, 혼인제도가 추구하는 이상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책임이 반드시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한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혼인과 가족제도를 형해화할 우려가 없고 사회의 도덕관·윤리관에도 반하지 아니하므로 허용될 수 있다.

그리하여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따른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는 물론, 나아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

위와 같이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는 엄격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유책배우자의 재판상 이혼 청구를 인용하겠다는 취지인바 유책배우자의 재판상 이혼 청구를 인정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는 혼인관계의 파탄 여부의 관점에서 재판상 이혼 청구를 인용하는 추세]

- 부산가정법원 2020. 5. 29. 선고 2018드단11424 판결

부산가정법원 2020. 5. 29. 선고 2018드단11424 판결에서는,
“피고는 이혼 후 증가될 재정적인 부담이 두려워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을 뿐이고, 실제로 원고와 재결합하여 혼인관계를 지속할 의사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허용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판단되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라고 판시하며, 유책배우자의 재판상 이혼 청구를 인용하였습니다.

-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19므14477 판결




위 대법원 판결에서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혼인관계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파탄에 이르렀고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데에는 각자 자신의 생각과 입장만을 강조하면서 악화된 혼인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고, 오로지 상대방에게만 모든 잘못이 있다고 비난하면서 혼인생활에서 발생한 갈등과 분쟁을 계속하는 등 법률에서 정한 부부간의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원고와 피고 모두에게 대등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2므10109 판결




위 대법원 판결에서는, 원고의 부정행위라는 유책성이 혼인관계 파탄의 계기가 되기는 하였지만, 이를 해소하고 정상적인 혼인관계를 복원·유지하기 위한 원·피고 쌍방의 진지한 노력이 없이 상호 방관 내지 적대적인 상태로 오랜 세월이 경과한 끝에 혼인관계가 돌이킬 수 없이 파탄에 이르게 된 것으로, 전체적으로 그 파탄의 책임을 쌍방이 일정 부분 나누어 가져야 할 경우에 해당할 뿐 어느 일방의 인격적ㆍ도덕적인 결함이 그러한 갈등 내지 불화의 단초가 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그에게 이혼청구를 할 수 없을 정도의 주된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심이 혼인파탄의 근본적인 원인이 원고의 내연관계 등에만 있다고 단정하여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라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판단에 민법 제840조 제6호의 해석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음을 이유로 파기환송한 사례입니다.

[결 어]

위 최근 대법원 판례들에 대하여 파탄주의로 돌아섰다는 등의 단정적 평가는 지양되어야 할 것입니다.

과거에는 재판상 이혼 청구에 대하여 유책주의 입장에서 누구에게 혼인관계를 파탄시킨 책임이 있는가 여부만을 판단하였습니다. 이후 사회적 시대적 변화에 따라 유책배유자의 재판상 이혼 청구도 인용한 사례들이 쌓이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에서 파탄주의를 따르고 있는 점, 부부 사이의 경제력이 이전과 달리 일방적이지 않게 변화되어 축출 이혼 방지라는 장점이 희석된 점, 개인의 행복추구권이라는 측면이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점이 감안된 것입니다.

재판상 이혼 청구와 관련하여 민법 제840조 1.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2.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4.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5.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에 사유에 따라 판단하면 될 것입니다. 예외적으로 제6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의 원인을 적용하여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대법원 2021. 8. 19. 선고 2021므12108 판결)”에는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되었다는 사정을 재판상 이혼원인으로 주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재판상 이혼 소송에는 다양한 원인과 사정이 있습니다. 유책배우자라고 하더라도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음을 잘 주장, 입증한다면 이혼청구를 인용받는 것도 가능할 것이고 조정으로 결국 이혼을 성립시키는 경우는 자주 있는 일입니다. 부정행위가 개입된 재판상 이혼 소송이라면면 이혼전문 김형민 변호사와 상담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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