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느끼기에 요즘 가장 많은 상담요청이 오는 사건은 바로 '명예훼손'인 것 같습니다. SNS의 발달로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커뮤니티댓글 등을 통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문화가 '정보통신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 의해 적극적으로 명예훼손에 포함되면서 급격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느낌입니다. 얼마전 제가 정보통신망법상의 허위사실 명예훼손죄로 피소된 피의자를 변호한 사건에서 서울서부경찰서로부터 오늘자로 혐의없음 불송치통지서를 받게 되었는데(사건번호 2022-00366X), 생각난김에 포스팅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명예훼손은 사안마다 누가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를 알기 어려운 범죄입니다. 자신에게 정말 못된 짓을 저지른 사람을 조심하라는 취지에서 주변에 그 사실을 알린 경우에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는데, 이 경우 소위 '나쁜 쪽'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거진 좀더 피해자라고 생각되는 쪽만을 변호하는 편인데요, 명예훼손 사건은 그래서 피해자를 변호할 때도 많지만 오히려 피의자를 변호할 때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명예훼손은 그 범죄의 성립을 제한하기 위한 여러 법리들이 매우 정치하고 아름답게 설계되어 있는 편입니다. 주요한 것들을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허위사실을 적시하였다고 하여 바로 허위사실 명예훼손죄가 되는 것이 아니고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허위사실이 되지 않습니다(대법원 1998 5. 8. 선고 97다34563 판결 등 참조).
2. 어떤 표현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더라도 그 표현이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위법성이 없어 처벌하지 않습니다(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다37524, 37531 판결 등 참조).
3. 이러한 공공의 이익은 꼭 전체 대중의 관심사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공공의 이익'에 포함된다는 것이 우리 판례입니다(대법원 2002도3570 판결 등 참조). 예를들어 조합장 선거에서 후보들끼리 상대 후보의 과거에 대한 비방을 하는 것도 공공의 이익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4. '의견'이나 '평가'의 표명이라고 보는 경우 또한 사실의 적시라고 보지 않습니다. 판례는 어느 표현이 일견 의견 또는 논평을 표명함과 동시에 그의 전제가 되는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라도 입장 표명이라는 요소가 보다 결정적이라면 그 표현을 사실의 적시가 아닌 의견 또는 평가의 표명에 불과하다고 하고 있습니다(대법원 99도5190 판결).
5. 다만 어떤 표현이 전체 취지에 비추어 어떤 사실의 존재를 암시하고 또 이로써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으면 명예훼손이 되기 때문에, 무조건 '의견 표명'의 형식을 취했다고 하여 명예훼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사안마다 달리 보아야 합니다(대법원 2000다37524, 37531 판결).
6. 정보통신망법상의 허위사실 명예훼손죄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즉, 이 규정에 따른 범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공공연하게 드러낸 사실이 거짓이고 그 사실이 거짓임을 인식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하며,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 여부는 피고인이 드러낸 사실이 거짓인지 여부와 별개의 구성요건으로서, 드러낸 사실이 거짓이라고 해서 비방할 목적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대법원 2020도11471 판결).
7. 표현된 내용이 사적 관계에 관한 것인가 공적 관계에 관한 것인가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어서,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사적인 존재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인지 등에 따라서도 심사기준에는 크게 차이가 납니다. 최근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받았던 가수들 중 일부가 수년간의 사재기 의혹 악플들에 대해 무더기로 고소하여 관련 상담이 줄을 잇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충분히 방어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밖에도 형법 및 정보통신망법상의 명예훼손을 둘러싼 법리는 매우 다양하고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이에 구체적인 사안마다 다르게 판단이 될 여지가 많으므로, 꼭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사건에 임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명예훼손 고소대리 또는 방어 사건을 다수 수행하고 있습니다. 연락주시면, 최선을 다해서 신속하게 도와드리겠습니다.
- 위솔브 법률사무소 파트너변호사 이주원 올림 (서울대 법대 졸업 / 법원 재판연구원 역임 / 소송 및 상담 일체 직접 수행 / 지방재판 출정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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