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수원 민사 전문 정현영 변호사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제가 대한법률구조공단 수습변호사 시절 맡았던 사건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원고를 대리하였던 사건으로, 원고의 남편 A는 사업을 운영하면서 피고로부터 수많은 사채를 얻었고 원고는 이에 대하여 연대보증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A는 사업을 실패하여 피고에 대한 채무를 전부 갚지 못하게 되었고, 원고 명의 부동산을 타에 넘기다가 발각되어 강제집행면탈 혐의로 구속되었습니다.
피고는 A 등에 대한 여러 개의 채권 중 공증된 채권을 통하여 원고 부동산에 강제집행을 하려고 했는데, A가 부동산을 빼돌린 정황을 파악하고 경찰에 신고하였습니다. 그리고 빼돌린 재산을 회복하고 다시 위 부동산을 압류하려고 하였는데, 원고가 위 압류를 저지하고자 이 사건 소송을 통해 공증된 채권에 대한 청구이의를 하였습니다.
위 사건에서 원고 주장의 요지는 공증된 채무는 이미 전부 변제하였다는 것이고, 피고 주장의 요지는 원고가 변제한 돈은 피고의 다른 채권에 변제되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사건을 맡게 되었을 당시, 사건이 이미 오래 숙성되어 아주 다양한 공방이 오고 간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당사자 간 채권 채무가 너무 많고, 변제한 것도 너무 많아서, 어떤 변제금이 어떤 채권에 변제된 것인지 알 수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A는 기소되어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었고, 형사재판은 민사재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강제집행면탈죄는 채권자가 강제집행을 할 태세를 갖춘 상태일 것을 요구하는데, 피고가 압류하려 할 때 이용한 공증된 채권이 이미 변제되어 없는 채권이었다면 채권자가 유효한 강제집행을 하려던 것이 아니게 되고, 그렇다면 A의 행위는 강제집행면탈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되기 때문에 민사재판의 판결을 기다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건 민사 재판은 원고가 승소하였습니다.
사건을 분석하면서 채권, 채무와 변제금을 시기별로 정리한 후, 어떤 변제금이 어떤 채권에 변제된 것인지 따져보았으나, 당사자들 간에 그냥 있는 대로 돈을 주고 받은 것이기 때문에 어떤 변제금이 어떤 채권에 변제되었는지 명확히 알 수는 없었습니다.
이에 먼저, 피고의 다른 채권 중 하나(투자약정과 금전소비대차 약정이 중복계약되어 있는 채권)는 이자율이 이자제한법 및 그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연 25%(당시 기준)를 넘으므로, 이를 넘는 부분만큼의 이자약정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피고의 다른 채권의 액수를 최대한 낮추어 총 변제되어야 할 채권액을 낮추고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당사자 간에 변제금이 어느 채권에 변제된 것인지에 관하여 명확한 합의가 없었고(합의 충당의 부재), 원고가 피고에게 변제금을 지급할 때 어느 채권에 변제하는 것이라고 명확히 통지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지정 충당의 부재), 결국 법정충당(민법 제477조에서 정한 충당방법)에 의할 수밖에 없는데, 채무의 이행기, 채무자의 변제이익을 고려해 보면 결국 원고가 지급한 변제금은 전부 이 사건 공증채권에 법정변제충당 되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민법
제476조(지정변제충당)
① 채무자가 동일한 채권자에 대하여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한 수개의 채무를 부담한 경우에 변제의 제공이 그 채무전부를 소멸하게 하지 못하는 때에는 변제자는 그 당시 어느 채무를 지정하여 그 변제에 충당할 수 있다.
② 변제자가 전항의 지정을 하지 아니할 때에는 변제받는 자는 그 당시 어느 채무를 지정하여 변제에 충당할 수 있다. 그러나 변제자가 그 충당에 대하여 즉시 이의를 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전2항의 변제충당은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써 한다.
제477조(법정변제충당)
당사자가 변제에 충당할 채무를 지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다음 각호의 규정에 의한다.
1. 채무중에 이행기가 도래한 것과 도래하지 아니한 것이 있으면 이행기가 도래한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다.
2. 채무전부의 이행기가 도래하였거나 도래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무자에게 변제이익이 많은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다.
3. 채무자에게 변제이익이 같으면 이행기가 먼저 도래한 채무나 먼저 도래할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다.
4. 전2호의 사항이 같은 때에는 그 채무액에 비례하여 각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다.
법원은, 피고의 다른 채권 중 하나는 투자약정과 금전소비대차약정이 중복되어 있기는 하나,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그 본질은 피고가 A의 사업에 투자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자약정 일부가 무효라는 원고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하였고,
하지만 당사자 간에 변제충당에 관한 합의가 없고, 원고가 변제 시 지정충당을 한 것도 아니므로 법정변제충당에 의해야 할 것인데, 채무의 이행기나 변제이익 등에서 어느 모로 보나 원고의 변제금은 전부 이 사건 공증채권에 변제되었다고 하면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제가 수습을 마치고 얼마 안 되어 판결이 선고된 것이라 그 이후의 사정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나, 위 민사재판의 원고 승소 판결은 형사재판에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원고 측에서 채무를 제대로 갚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할 것이나, 피고 측에서 과도한 이자 또는 수익분배를 요구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원고의 남편 A는 형사 사건으로 한동안 구속되어 있었기도 했고, 피고는 다른 채권을 통해 원고 부동산으로부터 변제받을 가능성도 있었으므로, 공평 타당한 결과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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