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강간죄와 추행죄를 중심으로)
본래 성범죄는 형법 제32장 강간과 추행의 죄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① 성범죄의 주체, ② 성범죄의 대상, ③ 성범죄의 수단·방법에 따라 형량을 세분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특히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그 중에서도 강간 및 추행죄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하는데요. 소위 ‘N번 방 사건’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성범죄의 다양화와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국민적 요구에 따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새로운 범죄가 추가되었고, 형량도 대폭 상향되었습니다. 따라서 특례법에는 어떠한 범죄가 규정되어 있고, 집행유예의 판결이 가능한지 여부를 중심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여담으로 실무에서는 범죄의 명칭을 기재할 때 띄어쓰기를 하지 않고 해당 법률을 기재한 뒤 ‘위반’이라는 문구와 괄호 안에 특징적인 죄목을 기재하게 됩니다. 아래의 죄명을 읽으실 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규정된 강간 및 추행죄
가. 제3조 제1항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주거침입강간) 등
위 규정은 주로 타인의 주거에 침입(주거침입, 야간주거침입절도, 특수절도)하여 성범죄(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준강간, 준강제추행)을 저지른 경우에 적용됩니다. 특히 사생활의 평온이 유지되어야 할 타인이 독립적으로 점유하는 공간에 범죄의 목적으로 들어가는 행위 자체는 주거침입으로 평가됩니다. 그리고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므로 합의를 통해 작량감경이 되더라도, 법률상 거듭 감경사유가 없는 경우 집행유예 판결이 불가능합니다.
나. 제3조 제2항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특수강도강간) 등
위 규정은 ① 야간에 주거에 침입한 강도, ② 흉기를 휴대한 강도, ③ 2인 이상이 합동한 강도가 피해자를 대상으로 성범죄(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준강간, 준강제추행)을 저지른 경우에 적용됩니다. 범죄의 주체가 특수강도라는 점에서 불법성이 매우 높고, 강도 행위 자체의 영향으로 피해자의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서 간음한 경우에도 본 죄가 성립합니다. 그리고 사형,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므로 합의를 통해 작량감경이 되더라도, 법률상 거듭 감경사유가 없는 경우 집행유예 판결이 불가능합니다.
다. 제4조 제1항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특수강간)
위 규정은 ①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지닌 채 또는 ② 2인 이상이 합동하여 강간죄를 저지른 경우에 적용됩니다. 특히 위험한 물건이란 일반적으로 공포심을 줄 수 있는 물건을 의미하고, 이를 이용하지 않고 단순히 소지만 하고 있어도 본 죄가 성립하며, 2인 이상의 합동이란 시간적·장소적 협동관계를 의미합니다. 행위태양(수단·방법)의 위험성 및 높은 비난가능성으로 인해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고, 합의를 통해 작량감경이 되더라도 법률상 거듭 감경사유가 없는 경우 집행유예 판결이 불가능합니다.
라. 제4조 제2항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특수강제추행)
위 규정은 ①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지닌 채 또는 ② 2인 이상이 합동하여 강제추행죄를 저지른 경우에 적용됩니다. 행위태양의 위험성 및 높은 비난가능성으로 일반 강제추행보다 가중처벌되고,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지며, 합의를 통해 작량감경이 되면 집행유예의 판결이 가능합니다.
마. 제4조 제3항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특수준강간) 등
위 규정은 ①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지닌 채 또는 ② 2인 이상이 합동하여 준강간, 준강제추행죄를 저지른 경우에 적용됩니다. 준강간 및 준강제추행죄는 이미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빠져 스스로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간음 또는 추행한 경우 성립합니다, 특수준강간의 경우 특수강간의 형량으로, 특수준강제추행의 경우 특수강제추행의 형량으로 처벌됩니다. 따라서 특수준강제추행의 경우 합의를 통해 작량감경이 되면 집행유예의 판결이 가능합니다.
바. 제5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친족관계에의한강간) 등
위 규정은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친족(사실혼배우자 등)을 포함하여 4촌 이내의 혈족·인척과 동거하는 친족(8촌 이내의 혈족, 배우자)에 의한 강간죄 등을 처벌하는 규정으로서, 신뢰관계자에 의한 성범죄라는 비난가능성을 고려하여 가중처벌하고 있습니다. 강간죄, 준강간죄의 경우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지고, 강제추행, 준강제추행의 경우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지며, 친족관계에의한강제추행, 친족관계에의한준강제추행의 경우 합의를 통해 작량감경이 되면 집행유예의 판결이 가능합니다.
사. 제6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장애인강간) 등
위 규정은 신체적 또는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강간, 유사성행위(성기를 제외한 피해자의 신체에 가해자의 성기를 넣는 행위, 피해자의 성기에 가해자의 성기를 제외한 손가락 등 신체의 일부나 도구를 넣는 행위), 강제추행죄를 범한 경우뿐만 아니라, ①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성적자기결정권을 스스로 행사할 수 없을 정도의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간음하거나 추행한 사람 역시 장애인준강간, 장애인준유사성행위, 장애인준강제추행로 처벌받으며, ②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하거나 추행한 사람은 장애인위계등간음, 장애인위계등추행으로 처벌받게 됩니다.
다만, 위계의 의미와 관련하여, 기존의 대법원 판례는 “위계에 의한 간음죄에서 위계의 의미에 대해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고는 상대방의 그러한 심적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여기에서 오인, 착각, 부지란 간음행위 자체에 대한 오인, 착각, 부지를 말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여 위계의 의미를 한정적으로 해석하였으나,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판결에서 “ 피해자가 오인, 착각, 부지에 빠지게 되는 대상은 간음행위 자체일 수도 있고, 간음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이거나 간음행위와 결부된 금전적ㆍ비금전적 대가와 같은 요소일 수도 있다”고 판시하여 위계의 의미를 확장하여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금전을 지급을 미끼로 성관계를 맺은 경우에도 본 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③ 장애인의 보호·교육 목적으로 하는 시설의 장 또는 종사자가 보호·감독의 대상인 장애인에 대하여 위와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장애인피보호자간음으로 처벌받게 됩니다.
위 범죄들은 성적자기결정권을 정상적으로 행사할 수 없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이기 때문에 죄질이 불량하여 가중처벌하고 있습니다. 장애인강간·장애인준강간은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장애인유사성행위· 장애인준유사성행위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 장애인강제추행·장애인준강제추행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장애인위계등간음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 장애인위계등추행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각 처해지고, 장애인피보호자간음의 경우 위 죄의 정한 형에서 1/2이 가중됩니다. 결국, 장애인유사성행위, 장애인준유사성행위, 장애인강제추행, 장애인준강제추행, 장애인위계등간음, 장애인위계등추행의 경우 합의를 통해 작량감경이 되면 집행유예의 판결이 가능합니다.
아. 제7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13세미만미성년자강간) 등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성적자기결정권을 정상적으로 행사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형법 제305조는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경우에도 강간죄에 따라 처벌하고 있습니다. 위 규정은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강간죄 등을 처벌하는 규정으로서,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라는 높은 불법성과 비난가능성을 고려하여 가중처벌하고 있습니다.
13세미만미성년자강간·13세미만미성년자준강간·13세미만미성년자위계등간음의 경우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고, 13세미만미성년자유사성행위·13세미만미성년자준유사성행위·13세미만미성년자위계등유사성행위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지며, 13세미만미성년자강제추행·13세미만미성년자준강제추행·13세미만미성년자위계등추행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집니다. 따라서 13세미만미성년자강제추행·13세미만미성년자준강제추행·13세미만미성년자위계등추행의 경우 합의를 통해 작량감경이 되면 집행유예의 판결이 가능합니다.
자. 제10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업무·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해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은 영업주 등과의 관계에서 정상적인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형법 제303조는 이러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 간음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 규정은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추행”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집행유예의 판결이 가능합니다.
차. 제11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
형법 제298조는 강제추행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은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비교적 경미한 추행을 처벌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따라서 일반강제추행죄보다 경하게 처벌되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집행유예의 판결이 가능합니다.
성범죄 사건의 핵심은 수사단계에 있습니다.
저는 수많은 성범죄 사건을 담당하면서, 안타까운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됩니다. 재판에 대응하기 위해 수사기록을 열람하여 확인하였는데, 의뢰인이 본인에게 불리하게 진술하여 조서에 기재된 경우를 보게되는데요. 의뢰인 중 일부는 본인은 결백하기 때문에 솔직하게 진술하였다는 분도 계시고, 다른 의뢰인은 본인이 의도한 대로 조서에 기재되지 않았다고 억울해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재판단계에 이르면, 판사님은 물론 의뢰인의 진술 태도를 확인합니다. 그러나 판사님께서 주로 보시는 내용은 '조서' 입니다. 그만큼 조서의 내용이 중요하고, 수사단계에서 조사를 마친 후 조서에 어떻게 기재되었는지 그 의미와 늬앙스를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여담이지만, 사법농단사건 당시 피의자인 대법관은 대부분의 시간을 조서 열람 및 수정 시간에 할애하였습니다).
조서는 피의자가 말한대로 적혀있지 않습니다. 피의자 진술의 내용을 수사관이 편집하여 기재를 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늬앙스가 차이나기도 합니다. 판례에서 유죄의 근거로 설시하는 내용을 수사관이 물어보는데도, 의뢰인은 그 질문의 의도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여 불리한 진술을 하기도 합니다. 즉 일반인으로서는 조서에 기재된 진술의 의미와 늬앙스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수사단계에서 무혐의가 나올 가능성은 재판단계에서보다 훨씬 높습니다. 적절한 변호인의 도움을 받는다면, 조사 이전에 미리 주요한 팁과 사건의 쟁점을 명확히 인식하여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무혐의가 나올 가능성은 더욱 높아집니다. 반드시 성범죄 사건으로 조사를 받는다면,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대응하시길 권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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