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제304조.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일명 혼인빙자간음죄로 통하는 형법 제304조는 2009년 11월 26일 헌번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라 지금은 법 조항이 삭제되었습니다.
형법 304조 조항이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자'로 규정함으로써 남성만을 처벌대상으로 해 남녀평등에 반할 뿐만 아니라, 여성을 보호한다는 미명아래 여성의 성적(性的) 자기결정권을 부인하고 있어 여성의 존엄과 가치에 역행하는 법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거에도 지금도 결혼할 것처럼 상대를 기망해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사례는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가해 남성을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여성이 당한 피해를 회복할 방법은 아예 없는 걸까요?
우리 민법은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혼인빙자간음에 대한 위자료는 얼마나 청구해야 하고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요?
이번 시간에는 혼인빙자간음 위자료 소송 판결을 통해 위자료 청구 범위와 손해배상청구 소송시 주의할 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혼인빙자간음 위자료 소송의 전말
2019년 7월 소개팅 어플을 통해 1년 이상 교제한 남자친구.
그런데 남성은 결혼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자 어느 순간부터 여성을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남성은 자신이 결혼한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실토했습니다.
연인 관계를 넘어 결혼까지 생각했던 여성은 사귀는 기간동안 여러차례 성관계도 가졌기에 그 충격은 컸습니다.
결국 여성은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남성은 이미 혼인빙자간음죄가 폐지되었고 원고가 이미 자신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런 이유로 자신이 만남을 꺼리는 것을 알면서도 지속적으로 만남을 요구하였다고 반박했습니다.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만남을 지속했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의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쟁점 1 : 혼인빙자간음죄가 폐지되었다면 민사적 책임도 없어지는가
남성은 혼인빙자간음죄가 폐지되었으므로 민사적 책임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람이 교제 상대를 선택하고 성관계를 포함한 교제 범위를 정하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할 수 있고 그중에는 상대방의 혼인 여부나 상대방과의 혼인 가능성도 포함될 수 있는데, 그러한 사항에 관하여 적극적 · 소극적 언동을 통해 허위사실을 고지하는 방법으로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려 성행위를 포함한 교제 관계를 유도하거나 지속하는 행태는 기망으로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전제한 뒤
"혼인빙자간음죄가 폐지되었다고 하여 이러한 행위에 따른 민사적 책임마저 부정될 수는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쟁점2: 어느 시점에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만남을 지속했다면 손해배상 책임 피할 수 있는가
남성은 또한 자신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실토한 2020년 9월 특정 시점 이전에 이미 여성이 자신의 기혼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토하기 전에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고 자신이 기혼사실을 실토한 시점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만남을 요구했음으로 자신에게는 손해배상의 책임이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다음과 같은 판결을 내렸습니다.
"피고(남성)가 원고(여성)와 교제하다가 어느 시점부터 만남을 꺼리는 태도를 보였다거나 원고가 2020. 9. 5. 피고에게서 유부남이라는 실토를 받아내기 전에도 피고의 혼인관계를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이 피고의 불법행위 성립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
"피고는 원고를 기망하여 원고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함으로써 원고에게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안겨 주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하고, 기망의 수단과 방법, 원고와 피고의 교제 기간, 원고의 연령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의 정신적 고통에 상응하는 위자료 액수는 30,000,000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혼인빙자간음 위자료 청구시 주의할 점
혼인빙자간음에 대해 형사고소는 불가하기에,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그 피해를 회복해야 합니다.
다만 혼인을 약속하며 선물을 요구하거나, 돈을 빌리는 등의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면 형사 고소도 가능하므로, 이 경우는 변호사의 법리적인 자문을 구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위자료는 교제 기간, 성관계 여부와 횟수, 상대방이 얼마나 주도면밀하게 속여왔는가가 관건입니다.
서로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 전화 내역, 주변 지인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유부남을 속인 사실을 명백하게 입증할만한 증거들을 모아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소장을 법원에 제출하면 됩니다. 물론 소 제기 전 위자료 금액에 대한 합의가 가능하다면 그게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소송을 진행하면 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유부남임을 속인 남자친구에 대해 소송이나 합의 과정에서 혹여 남자친구의 배우자가 관련 사실을 알게 될 경우에는 고소인이 상대 배우자 입장에서는 상간자(불륜 상대)가 되는 것이므로, 역으로 상대 배우자로부터 상간자 대상 위자료 청구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소송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남자친구가 유부남이라는 점을 숨긴 점, 남자친구가 그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는 내용이 담긴 확인서 등을 받아두었다가 소송을 진행할 때 입증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혹여 상대방의 배우자로부터 상간녀 위자료청구소송과 관련된 소장을 받았다면 소장 답변서를 기일내에 제출하고 본인 역시 유부남인 남자친구를 상대로 위자료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자신의 피해에 대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구체적으로 소명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때로는 상대방의 얼토당토하지 않는 황당한 주장에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논리적으로 반박해야 합니다.
특히 민사소송의 경우에는 조정 절차를 거치게 되므로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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