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는 추행 관련 범죄에 대해 그 유형에 따라 3가지 법률을 적용합니다.
1.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
폭행이나 협박으로 다른 사람을 추행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
여기서 '추행'이란 일반인으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 혐오감 등을 일으키게 하여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 자유를 침해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를 일컫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상황과 당사자 간 이해관계에 대해 폭넓은 판단을 필요로 합니다.
2.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11조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사건이 일어난 장소가 공중밀집장소라면 이를 따로 분류해 '성폭력처벌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대중교통수단, 공연장소, 집회 장소, 야구장, 찜질방 등 그 밖의 공중이 밀집한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하는 행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고, 추행의 개념은 위 형법상의 내용과 동일합니다.
3. 그 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아동·청소년에 대한 강간·강제추행 등)
하나의 사례가 있습니다.
춘천에 사는 주말부부 남편입니다. 지지난 주 월요일, 춘천발 서울행 ITX 일반석 좌석을 구매해 복도 쪽 자리에 앉아 출근했습니다. 그저께 출근하는데 갑자기 경찰에서 연락이 와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아야 하니 나와달래서 얼떨결에 갔습니다. 당일 창가 자리에 앉았던 여성이 성추행으로 신고했는데, '청량리에서 내리려는데 옆자리 남성분이 비켜주지 않았고, 급기야 좁은 공간을 비집고 나오는데 뒤에서 내 엉덩이를 가만히 만져보더라' 라고 진술했대요. 전 춘천-서울을 매일같이 출퇴근 중이기도 해서 기억도 나질 않고, 제가 복도 쪽에 앉은 사실도 예매내역 보고 알았습니다.
문제는 오늘 그분이랑 같은 직장에 다니시는 다른 여성분이 또 신고를 했대서 경찰 조사를 다시 나가야 할 참입니다. 옆자리 여성분도 기억나지 않아 미치겠는데, 직장동료라는 분은 어디에 앉아있었던 건지... 저처럼 춘천-서울 통근하시는 분들인지, 아니면 둘이 얘길 해보니 똑같은 사람한테 당했다고 기억난 건지, 누가 시킨 건지... 궁금한 건 참 많은데 첫 조사 때 수사 분위기가 너무 험악해서... 가고 싶지 않기도 하고, 마음이 참 그렇네요.
제가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피해자 진술만으로도 성추행죄가 인정되는 때가 많고, 최소한 기소유예는 받더라고요.
너무 억울하고 기억나지도 않는데 무혐의는 안됩니까?
일단 기차 및 지하철 등 대중교통 내부의 성추행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장소라는 특성을 가지니, 폭행·협박 등 물리적/심리적 압박이 가해지는 강제추행과는 따로 보셔야 합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있다보니 협박이나 폭력이 있지 않고서도 추행이 가능한 것이고, 때에 따라선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 스킨십만으로도 혐의를 된다는 전제조건이 마련됩니다. 오로지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느냐'의 여부가 핵심입니다.
성폭력처벌법 혐의는 다른 형법상의 범죄보다 훨씬 강한 처벌을 받습니다. 초범이라고 해서 곧바로 기소유예를 받는 것도 아니고 곰탕집 사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실형이 선고될 수도 있습니다. 그저 '기억나지 않는다'라는 항변은 의뢰인의 입장일 뿐이지, 그 순간 성적 수치심을 받았을 피해자의 입장에선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고 비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전체적인 상황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간 사례를 돌아봤을 때 피해자가 신고한 정황을 살펴보다 피해자의 심리를 먼저 가늠해봅니다.
① 실수인데, 상대방은 성추행이라고 한다
② 다른 사람인데, 상대방이 오해했다
③ 상대방이 악의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신고했다
그 밖의 가능성도 물론 있습니다. ④ 정말로 만진 사실이 없다
그러나 의뢰자의 경우, 두 명의 여성이 신고했다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초범이라도 '무혐의'를 받기는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또, 두 분의 관계가 직장동료라고 한다면 피해자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이 준비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CCTV나 객관적 증거가 없다면 무리하게 무죄 주장을 했다가 오히려 형을 높일 수 있으니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적절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다음 경찰 조사 때는 변호사를 선임해 동행하는 것도 본인의 불안감을 떨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친고죄 관련 법이 개정되어, 현재는 성폭력범죄 고소권자의 직접적인 고소가 없어도 수사기관의 수사 및 공소제기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또, 두 여성분들이 아니더라도 이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다른 동료분이 나타나 대신 수사를 의뢰하고 고발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만일 피해자 측과 극적으로 합의에 다다른다고 해도 수사나 재판은 그대로 진행될 것입니다. 그러니 마음이 내키지 않더라도 초기 경찰 조사부터 성실히 협조해 구체적인 당시 상황을 최대한 복기하여 진술해야겠습니다.
의뢰자분께서 혐의를 인정한다면 경찰 조사는 조기에 끝나지만, 지속해서 무혐의를 주장한다면 오히려 경찰 조사가 수차례 진행됩니다. 개인이 이 과정을 혼자 감당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법률대리인과 함께 합리적 주장 및 그를 입증할 근거를 확보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기소유예'를 받는다고 해서 나의 혐의를 인정하는 것처럼 느껴질지 모르나, 성범죄특별법에는 보안처분이라는 강력한 주홍 글씨가 따라붙습니다. 그러니 최악은 결과를 면하되, 선처 및 최대한 기소유예 처분으로 이끄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