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 개요
피의자는 2020. 11. 29. 부천시 송내동 소재 빌라에 대해 피해자와 임차보증금 1억 4,500만 원으로 정하는 등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지만, 사실 위 빌라는 피의자가 1억 3,500만 원에 매입하여 2020. 12. 29. OOO에게 1억 4,500만 원에 매도하였다.
피의자는 OOO이 피해자에게 위 임차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마치 돌려줄 수 있는 것처럼 피해자를 기망하여 위 1억 4,500만 원을 받고 OOO에게 즉시 소유권을 넘기는 방식으로 동액 상당을 편취한 것을 비롯하여 2019. 7.부터 2022. 11.까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총 31명의 피해자들로부터 합계금 44억 1,400만 원을 임차보증금 명목으로 받아 이를 편취하였다.
2. ‘전세사기’를 구성하는 전형적 요소 및 특징
신종범죄로 떠오른 이른바 ‘전세사기’가 인정되는 경우를 자세히 살펴보면, 전세사기는 수개의 전형적인 요소 및 특징이 있다는 점이 확인되는데, 이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전세사기에 등장하는 주택은 대부분 다세대 주택인 빌라인데, 빌라는 임대차 수요에 비해 매매 수요는 적어, 임차보증금이 빌라 매매가와 같거나, 매매가보다 높더라도 임대차계약이 성사된다. 다만, 이는 범죄자들이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원리에 따른 것이고, 범죄자들은 이러한 시장 상황을 악용하고 있을 뿐이다.
(2) 중개인들은, 위와 같은 빌라의 시장 상황을 악용하여, 빌라 매도인의 매매희망가보다 높게 책정된 임차보증금을 수용할 임차인을 섭외하는 동시에 자본의 투여 없이 임차보증금반환채무만을 인수하여 소유권을 넘겨받을 ‘무자본 갭투자자’를 모집한다.
(3) 그런데, 최근의 빌라 시장 상황에 따르면, 임대차시세는 별론, 매매시세가 향후 위와 같이 높게 책정된 임차보증금을 초월해 상승할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인 무자본 갭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으므로 중개인들은 수수료를 미끼로 신용불량자 등 무자력자들을 대거 무자본 갭투자자로 모집한다.
(4) 중개인들은, 위와 같이 임차인과 무자본 갭투자자인 매수인이 섭외되면, 임대차계약을 통해 매도인에게 임차보증금을 받게 함과 동시에 매매계약으로 빌라의 소유권을 매수인에게 넘겨준 후 매도인으로부터 임차보증금과 매매희망가의 차액을 리베이트로 돌려받아 이를 임차인 소개자, 매수인 소개자 및 매수인 등과 서로 나누어 갖는다.
(5) 이때, 리베이트로 인해 임차보증금이 매매시세보다 높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매수인이 무자력자인 경우 향후 빌라가 경매되더라도 임차인은 임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성이 커지는데, 무자력자가 단기간 내에 다수의 빌라를 취득하게 되면 그러한 위험은 더욱 크게 증가하게 된다.
(6) 중개인들은, 위와 같은 위험으로 인해, ❶임대차계약시 임차인에게 임차보증금이 매매시세보다 높게 형성되어 있다는 점, ❷중개인 등이 임대인이자 매도인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아 서로 나누어 가진다는 점, ❸동시진행거래로 인해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후 변경된다는 점, ❹매수인이자 새로운 임대인이 무자력이라는 점을 고지할 의무가 생기고 이러한 점을 고지하지 않았다면, 사기죄가 성립하게 된다. ※ 다만, 매수인이 무자력자가 아닌 경우라면 위 고지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아니됩니다.
3. 변호사 활동
검찰이나 법원은 전세사기의 경우 갭투자자나 중개인이 매도인으로부터 받은 고액의 리베이트를 나누어 가지면서도 이를 임차인에게 고지하지 않고, 전세금을 전액 인수하는 방법으로 갭투자자가 아무런 돈을 들이지 않고 매수하는 이른바 ‘동시진행거래’를 한다는 점을 들어 전세사기라고 주장하나, 사실 위 두가지 요소는 전세사기가 되는 충분한 조건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가 전세사기에서 문제가 되는 쟁점에 관하여 주장하는 바는 아래와 같습니다.
중개인이 리베이트를 받는 점을 고지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2014도8540 등 참조), 무자본 갭투자자가 동시진행거래의 매수인이 되고, 중개수수료를 지불하여야 할 매수인인 갭투자자가 오히려 취등록세를 지원받는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갭투자자가 채무초과자로서 무자력자임이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1. 왜냐하면, 최근 수년간 빌라의 시장상황은 임대차 수요는 매우 큰 반면 매매수요는 아주 작아 ❶신속한 매매를 원하는 매도인은, 이 사건에서도 확인되는 바와 같이, 시장원리에 따라, 중개인에게 정상적인 수수료를 훨씬 초과하는 사례금(리베이트)을 기꺼이 지급하려고 하고, ❷임차인도 실매매가보다 높은 임차보증금을 지급해서라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❸매도인으로부터 높은 사례금을 받고자 하는 중개인은 매수인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포기한 채 오히려 취득세 등을 지원하면서까지 매수인을 섭외하려고 애쓰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형성, 확산되었으므로 합리적인 갭투자 매수인이라면, 설령 자력이 충분하더라도 매도인으로부터 취등록세를 지원받는 유리한 거래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므로 갭투자자가 중개수수료를 지불하기는커녕 오히려 취등록세를 지원받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즉시 갭투자자의 무자력이 인정된다거나, 관련자들에게 갭투자자의 무자력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기죄의 기망이 있는지 여부는 2025년 현재의 시점에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임대차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평가하여야 함이 당연한바, 무자본 갭투자는 임대차 또는 매매시세의 하락으로 인한 위험요소가 존재하기는 하나, 당시에 사회적으로 유행하는 투자방법 중 하나였기 때문에 범죄자가 시장 상황을 악용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무자본 갭투자를 중개하는 모든 관련자들이 범죄자의 개입을 용인하려는 의사로써 동시진행거래에 관여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1. 이른바 ‘전세사기’는 무자본 갭투자가 유행하던 당시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다가 무자본 갭투자가 내포한 위험성이 현실로 실현되거나, 무자본 갭투자 방식을 악용했던 사례들이 속속 드러남으로써 최근에 대두된 사회현상이기 때문에, 현재의 기준으로만 살펴본다면, ‘동시진행거래’ 및 ‘리베이트 수수’라는 전형적 거래 방식에 연루된 모든 사람들에게 사기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 것이나, 위와 같이 무자본 갭투자가 유행하던 당시의 사회적 상황에 비추어 본다면, 고의적으로 무자력자를 모집하는 사람들 외에 정상적인 투자의 기회로써 무자본 갭투자를 시도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사건의 개별성을 외면한 채 일률적으로 관련자 모두를 사기의 공동정범으로 몰아갈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1. 왜냐하면, 공인중개사나 중개보조원들이 임차인의 자력을 조사할 아무런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편법은 될지언정 불법이 아닌 리베이트 조건부 ‘동시진행거래’에 관련된 자들을 개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모두 사기의 공범으로 인정한다면, 이는 무자본 갭투자를 금지하는 결과에 이르게 되므로 심히 부당하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중개에 있어 거래별, 당사자별로 중개인이 따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중개인들이 상대방 측 의뢰인의 자력유무, 신용상태를 일일이 파악할 수 없음은 당연하므로 각 중개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중개인이 각자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이라는 점을 신뢰하면 족하고, 그가 범죄행위에 나아갈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면서까지 거래를 진행할 수는 없는 것이며, 통상의 거래당사자들은 범죄자가 아닌 선량한 일반인이므로 이 사건에 있어 임대차계약에만 관여하였을 뿐 매수인 섭외 및 매매계약 체결에 전혀 관여한바 없는 사람들에게 섣불리 사기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해서는 아니된다고 할 것입니다.
결국, 이 사건은 OOO이 채무초과자이고, 피의자가 이를 인식하였음에도 임대차 및 매매계약에 관여하였는지가 중요한 쟁점이되는바, 존경하는 재판장님께서, ‘전세사기’라는 엄중한 시대적 상황 때문에 피의자가 증거를 초과하는 억울함에 처하지 않도록 위와 같은 사정을 면밀히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위와 같은 식으로 적극적으로 변론하여 판사가 구속영장을 기각해 주었습니다.
제가 작성한 변호인의견서의 목차를 보시면 제가 어떻게 열심히 변론하였는지 짐작하실 수 있습니다.
4. 사건 결과
- 판사 구속영장 기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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