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 중 선급금 반환채권, 공익채권일까 회생채권일까?]
* 건설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간 상황에서, 공사를 전혀 시작하지 않은 상태로 받은 선급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돌려받는다면 어떤 방식으로 받을 수 있는지는 발주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 글에서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이 문제를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1. 어떤 상황에서 문제가 되나요?
*전형적인 사례
A지방자치단체(발주처)는 2022년 여름 B건설(시공사)과 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사업 계약을 맺었습니다. 계약에 따라 A지방자치단체는 B건설에게 선급금 약 10억원을 지급했고, B건설은 공제조합의 선급금이행보증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B건설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공사는 단 1%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기성률 0%)였고, 회생절차로 인해 계약이행보증서와 선급금이행보증서를 새로 발급받을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결국 관리인은 계약 해지를 결정했고, 공제조합이 선급금을 대신 갚게 되었습니다. 이때 공제조합의 대위변제채권이 공익채권인지 회생채권인지가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왜 이것이 중요한가요?
- 공익채권이면: 회생절차와 관계없이 언제든지 전액을 받을 수 있습니다
- 회생채권이면: 회생계획에 따라 일부만 받거나, 오랜 기간에 걸쳐 분할로 받게 됩니다
두 경우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2. 법적으로 어떤 점이 쟁점인가요?
*핵심은 '반대급부' 개념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 제121조 제2항은 이렇게 규정합니다:
> "관리인이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한 경우, 채무자가 받은 반대급부가 채무자의 재산 중에 현존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그 가액의 상환에 관하여 공익채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채무자회생법 제121조 제2항)
여기서 '반대급부'가 무엇인지가 핵심입니다.
*두 가지 상반된 견해
[견해 1] 선급금은 반대급부가 아니다 (회생채권)
- 반대급부란 실제로 제공된 기성공사, 용역, 납품 등 실질적 급부를 의미함
- 선급금은 공사 전에 미리 준 돈일 뿐, 공사 목적물과 대응관계가 없음
- 기성률 0%라면 시공사가 발주처에게 제공한 것이 아무것도 없음
- 따라서 단순한 원상회복 문제로 회생채권에 해당함
[견해 2] 선급금도 반대급부다 (공익채권)
- 선급금은 공사계약에 따라 지급된 공사대금의 일부임
- 시공사가 공사를 이행하면 선급금 반환의무가 소멸하는 관계임
- 실질적으로 시공사의 공사이행과 대가관계에 있음
- 계약 해지로 반환해야 할 때, 이미 사용되어 채무자 재산에 현존하지 않음
- 따라서채무자회생법 제121조 제2항에 따른 공익채권임
3.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나요?
*압도적 다수 판례: 공익채권으로 인정
법원은 일관되게 견해 2를 따르고 있습니다. 회생절차와 관련된 주요 판례를 살펴보겠습니다.
1) 서울고등법원 2016. 6. 24. 선고 2016나2009542 판결
사실관계:
- 원고 백화점이 회생절차에 들어간 건설회사와 주차장 공사계약 체결
- 선급금 약 8억원 지급
- 건설회사가 회생절차 개시 신청 후 공사 착공 최종시한까지 착공 안 함
- 관리인이 "더 이상 공사 진행 안 하겠다"는 공문 발송
법원의 판단:
> "관리인이 미이행 쌍무계약의 이행을 선택한 것으로 의제되는 경우 상대방이 갖는 이행청구권은 공익채권이다. 채무자회생법 제121조 제2항에 따라 채무자가 받은 반대급부가 현존하지 않으면 그 가액의 상환에 관하여 공익채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선급금반환청구권은 공익채권에 해당한다." (서울고등법원 2016. 6. 24. 선고 2016나2009542 판결)
2) 대전고등법원 2022. 10. 13. 선고 2021나15138 판결
사실관계:
- 재건축조합이 회생절차에 들어간 건설회사와 공사계약 체결
- 약 15억원 지급 (명목: '계약금')
- 건설회사가 회생절차 개시 후 관리인이 계약 해제 통지
- 공사 착공 여부 불명확
법원의 판단:
> "이 사건 쟁점 금원은 이 사건 계약에 따른 분담금으로 지급된 돈이다. 이는 채무자가 이 사건 계약에 따라 지급받은 반대급부에 해당하므로,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이 사건 쟁점 금원 상당의 금전채권은 채무자회생법 제121조 제2항이 규정하는 공익채권에 해당한다." (대전고등법원 2022. 10. 13. 선고 2021나15138 판결)
3)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11. 18. 선고 2015가합18713 판결
사실관계:
- 원고가 회생절차에 들어간 건설회사와 호텔 신축공사 도급계약 체결
- 선급금 약 9억원 지급
- 회생절차개시 후 계약 합의해지
- 공사 착공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
법원의 판단:
> "공사도급계약에 있어서 수수되는 이른바 선급금은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수급인으로 하여금 자재 확보·노임 지급 등에 어려움이 없이 공사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도급인이 장차 지급할 공사대금을 수급인에게 미리 지급하여 주는 것으로서, 구체적인 기성고와 관련하여 지급된 공사대금이 아니라 전체 공사와 관련하여 미리 지급된 공사대금이다. 이와 같이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 등의 사유로 수급인이 부담하게 되는 선급금 반환의무는 원상회복의무의 일종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계약의 해지에 따라 발생한 원상회복청구권인 선급금 반환채권은 공익채권으로 봄이 상당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11. 18. 선고 2015가합18713 판결)
4)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5. 25. 선고 2015가합558167 판결
사실관계:
- 원고가 회생절차에 들어간 건설회사와 호텔 신축공사 도급계약 체결
- 선급금 약 12억원 지급
- 회생절차개시 후 시공권이 다른 건설회사에 양도
- 기성률 8.3%로 매우 낮은 상태
법원의 판단:
> "공사도급계약에 있어서 수수되는 이른바 선급금은 구체적인 기성고와 관련하여 지급된 공사대금이 아니라 전체 공사와 관련하여 미리 지급된 공사대금이고, 이와 같이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 등의 사유로 수급인이 부담하게 되는 선급금 반환의무는 원상회복의무의 일종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도급계약의 해제에 따라 발생한 원상회복청구권인 선급금 반환채권은 공익채권으로 봄이 상당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5. 25. 선고 2015가합558167 판결)
*법원이 공익채권으로 보는 이유
법원은 다음과 같은 논리를 일관되게 제시합니다:
① 선급금의 법적 성격
- 선급금은 구체적인 기성고와 관련 없이 전체 공사를 위해 미리 지급된 공사대금
- 자재 확보, 노임 지급 등 공사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목적
② 당연충당의 원칙
- 계약 해제·해지 시 별도의 상계 의사표시 없이도 기성고에 해당하는 공사대금에 당연히 충당됨
- 충당 후 남은 선급금에 대해 반환청구권 발생
③ 원상회복의무의 성격
- 선급금 반환의무는 계약 해제·해지로 인한 원상회복의무의 일종
- 회생절차 개시 후 관리인의 해제권 행사로 발생한 원상회복청구권은 공익채권
④ 실질적 대가관계
- 선급금은 시공사가 공사를 이행하면 반환의무가 소멸하는 관계
- 실질적으로 시공사의 이행과 대가관계에 있는 '반대급부'의 성격
- 기성률 0%라면 선급금을 공사에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채무자 재산에 현존하지 않음
4. 결론: 실무상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명확한 결론
기성률 0% 상태에서 지급된 선급금 반환채권은 공익채권입니다.
압도적 다수의 판례가 이를 인정하고 있으며, 법원의 입장은 매우 확고합니다.
*발주처 입장에서의 대응방안
① 선급금이행보증보험 활용
- 계약 체결 시 반드시 선급금이행보증보험 가입 확인
- 시공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즉시 보증기관에 보험금 청구
② 공익채권 주장
- 보증기관이 대위변제한 경우, 대위변제채권이 공익채권임을 명확히 주장
- 회생절차와 관계없이 전액 변제 요구 가능
③ 신속한 계약 해지
- 회생절차 개시 후 관리인이 이행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확답 최고
- 관리인이 30일 내 확답하지 않으면 이행 선택으로 간주되므로, 이후 명시적 이행거절을 이유로 계약 해제 가능
*시공사(관리인) 입장에서의 고려사항
① 계약 해지 결정의 신중함
- 기성률 0% 상태에서 계약을 해지하면 선급금 전액을 공익채권으로 반환해야 함
- 회생계획 수립 시 공익채권 규모가 커지면 회생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음
② 대안 검토
- 가능하다면 공사를 일부라도 진행하여 기성률을 높이는 방안 검토
- 발주처와 협의하여 계약금액 조정 등 대안 모색
*보증기관 입장에서의 유의사항
① 대위변제 후 채권 성격 파악
- 대위변제채권이 공익채권임을 명확히 인식
- 회생채권 신고 절차가 아닌 공익채권 행사 절차 진행
② 신속한 권리 행사
- 공익채권은 회생절차와 관계없이 수시로 변제 청구 가능 (채무자회생법 제180조 제1항)
- 회생계획 인가 전에 적극적으로 권리 행사
*주의할 점
① 과다 지급된 기성금과 구별
- 회생절차 개시 전에 착오로 과다 지급된 기성금 반환채권은 회생채권입니다 (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8다223139 판결)
- 이는 계약에 따라 정당하게 지급된 '선급금'과는 다릅니다
② 착공 여부의 입증
- 착공신고 수리 여부, 실제 공사 착수 여부를 명확히 입증해야 합니다
- 자재 구입, 하도급 계약 체결 등 준비행위는 착공과 구별됩니다
③ 선급금 사용 여부와 무관
- 시공사가 선급금을 공사 목적 외로 사용했더라도 반환의무는 존재합니다
- 선급금 사용처와 무관하게 원상회복청구권이 인정됩니다
5. 마무리하며
건설업계에서 시공사의 회생절차는 드물지 않게 발생합니다. 이때 선급금 반환 문제는 발주처의 재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다행히 법원은 발주처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일관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기성률 0% 상태의 선급금 반환채권은 공익채권으로 인정되어, 회생절차와 관계없이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계약 체결 단계부터 선급금이행보증보험 가입을 확인하고, 회생절차 개시 시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체적인 사안에서는 계약서 내용, 공사 진행 정도, 선급금 사용 내역 등 개별 사정이 다를 수 있으므로,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대응하시기를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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