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정도의 서정식 변호사입니다.
“친구가 너무 불쌍해서 그냥 말 안 한 건데요…”
“거짓말은 했지만 제가 직접 잘못한 건 없잖아요.”
“그냥 모른다고만 했을 뿐인데, 그것도 문제인가요?”
형사사건에서 진술이 엇갈릴 때, 수사기관은 제3자의 행위까지 문제 삼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범인을 숨겨줬다는 이유로 ‘범인도피죄’나 ‘공무집행방해죄’로 입건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말을 아꼈다거나 사실을 다르게 이야기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처벌받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은 타인의 범죄에 대한 방조와 허위진술이 어떤 법적 책임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그 경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실례와 함께 설명드리겠습니다.

범인도피죄란 무엇인가요?
형법 제151조에서는 ‘범인을 은닉하거나 도주하도록 도운 자’를 처벌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해당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범인’은 수사 대상이 되거나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뜻하며, 이를 숨기거나 위치를 알려주지 않는 등의 행위가 있으면 문제가 됩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범행을 저지르고 도망친 뒤 집에 찾아와 “조금만 쉬게 해줘”라고 했을 때, 단순히 ‘어디서 쉬어라’고 한 것만으로 도피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은 ‘적극적인 도주 방조’또는 ‘수사의 실질적인 방해’가 있을 경우에만 이 죄를 인정합니다.
단순한 거짓말도 범인도피가 될까요?
많은 분들이 “그냥 모른다고 했을 뿐인데요”라는 말을 하십니다. 그러나 이 말이 곧바로 법적 처벌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단순한 침묵’이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표현은 대부분 무죄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진실을 감추거나, 수사 흐름을 바꾸는 진술을 한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 친구는 그 시간에 제 집에 있었습니다”라는 거짓 알리바이를 제공하거나, 범행에 사용된 차량을 숨기고 “못 봤다”고 진술하는 경우처럼 수사의 정확성을 흐리게 하는 행동은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실무 사례 – 실제 무죄가 선고된 경우
친구가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 후 도망쳐서 A씨의 집으로 숨었습니다. A씨는 친구를 방에 머물게 했고, 경찰이 찾아왔을 때 “못 봤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자진해서 사실을 말하고 조사에 협조했습니다. 법원은 A씨의 행위가 ‘단기적인 은신 허용’에 불과하다고 판단했고, 실질적인 수사 방해라고 볼 수 없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처럼 형식상 범인을 도운 것처럼 보이는 경우라도, 구체적인 상황과 당시의 태도에 따라 처벌 여부는 달라집니다.
허위진술과 위증, 범인 도피의 차이
허위진술 : 경찰 조사 등에서 거짓말 -> 일반적으로 무처벌 (자기방어권 포함)
위증죄 : 법정에서의 거짓 진술 (선서 후) ->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형법 제152조)
범인도피 : 타인의 도주를 돕는 행위 ->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 (형법 제151조)
피의자 본인이 수사기관 앞에서 진실을 말하지 않아도 원칙적으로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본인의 일이 아닌데도 타인을 돕기 위해 허위사실을 말하거나 행동했다면, 그 순간부터는 전혀 다른 문제가 됩니다.
이런 진술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 친구는 그 시간에 제 집에 있었어요.” → 거짓 알리바이
“현장에 없었다고 들었어요.” → 전언을 가장한 증언
“그 차는 안 봤어요.” → 차량을 은닉한 뒤 부인
이러한 발언은 실제로 범인의 위치나 행적을 숨기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일 수 있으며, 경찰 수사의 정확성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공무집행방해’로 처벌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피의자가 아닌 사람이 침묵할 수 있는 범위
자신이 직접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는 침묵권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까지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특히 범행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증거를 숨기거나 도피를 도운 경우라면, 적극적 은닉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형법 제151조 제2항은 가족 간 은닉의 경우에는 형을 감면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배우자나 직계가족 등 가까운 사이일 경우 예외적으로 유리한 판단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수사 초기 대응 방법
조사 초기에는 기억이 불분명한 내용은 “확실하지 않다”고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사기관에서 “그 사람 그때 어디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을 경우, 알지 못한다면 그 사실 자체를 명확하게 밝혀야 합니다.
혼자 진술에 나서기보다 형사사건에 정통한 변호사와 함께 출석하여 초기 입장을 신중하게 정리해야 억울한 처벌을 피할 수 있습니다.
도와준다는 의도가 오히려 문제될 수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도와주려는 마음이, 결국에는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단순히 “내가 숨겨준 건 맞지만, 적극적으로 도피를 시킨 건 아니다”라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수사기관이 보기에 ‘의도’와 ‘행동’이 일치했다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의도가 없고 실질적인 방해도 없었다면 무죄가 선고된 사례도 많습니다. 핵심은 “얼마나 적극적으로 숨겼는가”입니다. 단순한 동정심이나 순간적인 판단으로 위태로운 진술을 하지 않도록, 꼭 초기부터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형사 진술, 가볍게 보면 안 됩니다
경찰이나 검찰에서의 한 마디가, 향후 재판에서 핵심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자신이 직접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타인의 도주나 수사를 방해한 흔적이 있다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주변 사람을 도와주려는 작은 행동이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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