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대표가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쓰면 곧바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려옵니다. 실제로 형법 제355조·제356조는 타인의 재산을 보관‧관리하거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임무를 저버려 재산상 손해를 끼치면 업무상 횡령·배임죄로 처벌하고, 금액이 클 경우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어 형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1. 업무상 횡령·배임의 법적 구조
업무상 횡령죄는 “보관하고 있는 타인의 재물을 불법영득의 의사로 임의 처분”할 때 성립하고, 업무상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끼칠 때” 성립합니다. 두 죄 모두 ‘타인의 재산 또는 사무’를 전제로 하므로, 회사와 대표이사는 별개의 법인격이라는 점을 잊지 마셔야 합니다. 즉 “내 회사니까 내 카드”라는 인식은 형사법 영역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2. 대표이사의 법인카드 사적 사용, 왜 문제인가
대표이사는 통상 법인카드를 업무 관련 비용 결제를 위해 위임받아 보관합니다. 이 카드를 개인 식사·가족 여행·사적 기부 등에 계속·반복하여 사용했다면, (1) 회사 재산을 개인 목적에 사용했다는 점에서 ‘임무위배’가 되고, (2) 회사 자금이 줄어드는 만큼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평가됩니다.
실제로 판례는 대표이사가 업무용으로 지급된 법인카드를 지속적으로 개인 경비 결제에 사용한 경우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대표가 “최후에는 회사 장부에 개인 변상 처리했다”는 주장을 했으나, 법원은 사후 정산 여부와 무관하게 임무위배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4. 2. 21. 선고 2011도8870 판결 참조). 더불어 법원은 대표가 “횡령한 재산을 사후에 반환·변상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업무상횡령죄에는 영향이 없다”고 명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도9871 판결 참조). ‘잠시 빌린 것일 뿐’이라는 항변이 형사책임을 면하게 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회사 주식이 전부 내 것인데 무슨 배임이냐”는 주장도 종종 제기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1인 회사라 하더라도 회사와 주주는 서로 독립된 인격이므로, 대표가 회사 재산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면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을 확립했습니다(대법원 1983. 12. 13. 선고 83도233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 세 판례는 반복적 사적 사용, 사후 변상의 무의미, 1인회사도 예외가 아니라는 세 가지 축을 통해 대표이사의 법인카드 남용이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3. 업무 목적의 ‘기준’을 세워야 책임을 피할 수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대표이사나 임원이 법인카드 사용과 관련해 형사책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적인 사항을 사전에 정비해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무엇이 ‘개인 용도’이고 무엇이 ‘업무 목적’에 해당하는지 그 기준을 사전에 명확히 설정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실제 형사 사건에서는 법인카드 사용 내역 자체보다, 그 사용 목적이 업무에 관련된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업무 목적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라도, 구체적 정황이나 내부 기준이 없다면 ‘대표자의 자의적 사용’으로 판단될 위험이 큽니다.
특히 식대, 경조사비, 차량 유지비, 숙박비, 간담회 비용 등은 외형상으로는 업무상 비용과 개인적 비용이 모호하게 섞일 수 있는 항목입니다. 예를 들어 외부 인사와의 식사라고 하더라도 참석자 명단, 회의 목적, 결제 시점 등이 기록되어 있지 않으면 사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항목을 어떤 범위 내에서 업무용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정한 기준표를 마련하고, 사용자가 해당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입증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컨대 식대의 경우 “외부 협력사 또는 고객사와의 공식 미팅 중 발생한 식사비용에 한함. 사내 직원 간 식사는 원칙적으로 불인정. 회의 목적과 참석자 명단을 기록해야 하며, 1인당 한도는 1만5천 원”과 같은 실제 상황에 맞는 세부 규정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처럼 사전에 정해진 기준에 따라 지출 내역이 관리되고 있다면, 사후에 수사기관이나 외부 감사인이 해당 사용이 ‘고의’나 ‘임무위배’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 대표이사나 임원이 보호받을 수 있는 여지가 커집니다.
4. 대표이사의 신중한 한 걸음이 회사를 지킵니다
대표이사의 법인카드 사적 사용이 모두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업무 목적 카드의 계속·반복적 사적 사용”이라는 사실이 인정되는 순간, 법원은 임무위배 고의를 쉽게 추정합니다. 나아가 1인회사라 해도 별다른 방패가 되지 못하고, “나중에 갚았다”는 변상도 이미 성립한 죄를 없애주지 않습니다. 결국 가장 확실한 예방책은 투명한 회계 시스템과 엄격한 내부 규정을 마련해 두시는 것입니다. 반대로 이미 의심을 받는 상황이라면, 사용 경위의 업무연관성을 최대한 입증하고 즉시 손실을 회복함으로써 고의·손해 요소를 줄이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이 됩니다.
회사의 신용은 대표이사의 신용과 직결됩니다. 법인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이 결제가 객관적으로 업무 목적임을 증명할 수 있는가”를 스스로 점검하신다면, 불필요한 형사 리스크를 상당 부분 예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