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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연인이 쓴 3.5억 차용증, 법원은 인정했다
인천지방법원 2023나70285
강박·조건 불이행 주장에도 법원이 인정한 차용증의 효력
젓갈류 반찬 납품업체를 운영하던 여성(원고)은 대형마트 행사매장 관리자로 일하던 남성(피고)과 2007년부터 2013년 초까지 동거하며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어요. 원고는 2013년까지 피고의 요청으로 18회에 걸쳐 3억 원이 넘는 돈을 빌려주었어요. 동거 관계를 청산한 후인 2013년 12월, 피고는 원고에게 '3억 5천만 원을 빌렸으며, 2014년까지 1억 원, 2016년까지 2억 5천만 원을 갚겠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해 우편으로 보냈지만, 약속한 돈을 갚지 않아 소송이 시작되었어요.
피고가 스스로 3억 5천만 원의 채무를 인정하는 차용증을 작성해 주었으므로, 약속한 돈과 지연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피고가 차용증에 명시된 변제기한을 모두 어겼으니, 원금 3억 5천만 원과 이에 대한 법정 이자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어요.
피고는 여러 이유를 들어 차용증이 무효라고 주장했어요. 첫째, 원고가 칼로 위협하는 등 강박 상태에서 작성한 것이므로 무효이거나 취소되어야 한다고 했어요. 둘째, 차용증에 '차용증 사본과 옷을 보내주지 않으면 무효'라는 조건이 있었는데 원고가 이를 이행하지 않아 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어요. 셋째, 원고에게 지급한 임금, 대신 내준 사업비와 세금 등을 채무와 상계해야 한다고 항변했어요. 마지막으로 항소심에서는 이 채권이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사라졌다고 주장했어요.
1심 법원은 피고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피고가 원고와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차용증을 직접 작성해 우편으로 보낸 점 등을 고려할 때 강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어요. 또한 차용증의 특정 문구를 계약의 성립을 좌우하는 조건으로 해석하기 어렵고, 상계 주장 역시 과거의 금전 거래를 모두 정산해 차용증을 작성한 것으로 보여 인정하지 않았어요. 결국 법원은 피고에게 원금 3억 5천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어요. 2심 법원 역시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어요. 특히 소멸시효 주장에 대해, 이 사건은 기존 채무를 정리하며 새로 쓴 준소비대차 계약으로 민사채권에 해당하여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보았어요. 소송이 변제기로부터 10년 이내에 제기되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어요.
이 사건은 과거의 여러 채무를 정리하여 하나의 차용증으로 다시 작성하는 '준소비대차계약'의 법적 성격을 다루고 있어요. 법원은 이렇게 새로 성립된 채무의 소멸시효는 기존 채무가 아닌 새로운 계약의 성격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았어요. 사실혼 관계에 있던 당사자 간의 금전 거래를 정리하는 계약은 상행위로 보기 어려워 5년의 상사소멸시효가 아닌 10년의 민사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판단했어요. 또한, 계약서에 기재된 부수적인 의무가 계약 전체의 효력을 좌우하는 조건에 해당하는지는 계약 체결 경위, 당사자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줘요.
체크리스트 중 여러 항목에 해당된다면 이 사건과 유사한 상황일 수 있으며, 특히 준소비대차 계약의 성립과 소멸시효가 주요 법적 쟁점이 될 수 있어요.